내가 아니었다.
“뭐야 나 보고 글을 쓰라고!” “글쓰기 대단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잖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작부터 졸지 마라.
메모 글쓰기는 마트에서 장을 보듯 메모장과 펜을 들고 써 내려가는 것이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작성해도 좋다. 그렇게 어렵지 않다. 계속 써 내려가다 보면 턱걸이 한두 개 하는 것처럼 글 한 줄 쓰는 건 누구나 가능하다. 거기다 긴 줄을 세우는 2대 집 곰탕 사장님도 될 수 있다. 왜 갑자기 2대 집 곰탕이냐고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사장님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장사든 사업이든 그걸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은 같기 때문이다.
소고기, 사태, 밀가루 이렇게 메모지에 한 자 한 자 적은 다음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이다. 장담하지만 책도 낼 수 있다. 저처럼 말이다.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메모를 찢어 버리면 휴지가 되지만, 자신이 작성한 메모를 다시 펼쳐 놓고 읽으면 내가 쓴 글이 된다. 이 대단한 걸 당신도 해낼 수 있다는 소리다. 이제부터 여러분이 쓴 글이 책이 되려면 2대 집 곰탕집주인을 생각해 보자.
2대 집 곰탕 주인이 되려면 설거지부터 재료 손질까지 하나하나 배워나가야 한다. 곰탕과 함께 테이블 위에 올려지는 깍두기부터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정말 맛있는 깍두기를 만들려면 새벽같이 일어나 장을 봐야 하고, 무거운 무를 트럭에서 주방까지 실어 날라야 한다. 역도 선수 뺨치는 종아리 같은 무를 턱 하니 잡고 깨끗한 철 수세미로 벅벅 소리 내면 더러운 때를 벗겨내야 한다. 그다음 날카로운 칼날의 충격을 흡수해 내는 도마 위에 턱 하고 올려놓은 다음 깍둑썰기해서 담는다. 몇 백 번 몇천 번 썰다 보면 다리통만 한 무를 두세 개는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잘하는 집에서 완성된 상품을 받아서 쓰면 되잖아요?”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 작은 과정을 한번 이뤄내는 기분을 받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방법도 같은 방식이다. 돈 1억을 벌기 원한다면 한순간에 1억을 벌 수 없다. 100만 원, 1천만 원, 5천만 원, 1억을 달성해 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을 점차 스스로 밟아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하루빨리 성공하길 원한다. 저 역시도 그랬다. 그래서 기다릴 줄 모르고 망한다. 저 역시나 부자처럼 보이기 위해서 비싼 차를 구매하고, 명품과 번쩍이는 시계를 차고 다니면서 하루빨리 부자가 되기만 기다렸다.
우리 몸은 사용할수록 근육이 발달한다. 처음에는 혈류량도, 근육량도 부족해서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운동을 하든, 사업을 하든, 직장에서 일을 하든, 돈을 벌든, 공부를 하든, 책을 쓰든 처음 시작하는 건 무엇이든 번거롭고 불편하고 힘이 든다. 2대 집 곰탕 주인처럼 신선한 식자재는 물론 비교하며 상품 원가를 낮추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과정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혹여나 공급처에서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운다. 문제를 풀려면, 그 문제를 바꾸려면 그 문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파헤칠 수 있는 손과 눈이 필요하다. 그 눈은 하나부터 백까지 이뤄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 과연 여러분은 맛 좋은 설렁탕집에서 그 고유한 깊은 맛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있겠는가? 자신 있겠는가?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진 습관, 태도, 말투까지 [변하지 않는 것들] 타인의 영향력이 내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달으셨으면 한다. 깊이 빠져드는 세상에서 눈을 뗀다면 세상이 달리 보이게 될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 본질적인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기보다 과정도, 결과의 그 이유도 필요 없다 여긴다. 내 눈앞에 들이닥친 주어지는 일에만 매달린다.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야 미래의 변화를 알 수 있고 바꿀 수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선택하기보다, 자신의 현재 이득과 수입을 따라간다. 이제는 엘리베이터 없이는 5층 이상 스스로 올라갈 수가 없다. 이렇다 보니 늘 주변 환경에,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습성이 생기고 말았다.
스스로 무엇을 해내기 위해서 도전하지만 100명 중 30명 10일만 열심히 하는 척만 한다. 그중 30명은 60일, 남은 20명 중 반은 90일 남은 10명은 1년 안에 90% 나가떨어진다. 나 역시 처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왜 이런 허드렛일만 해야 하는지, 이런 푸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늘 투덜거렸다. 저는 이제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그때 당시 다른 직업을 가졌더라도 금방 후회하고 포기했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누구도 상세하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얘기를 꺼낸 것처럼 이것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아니,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알려줄 수 없다. 왜? 그 사람들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살아가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의 모두 다 이 힘든 세상을 받아들일 준비도 시간도 없이 살아간다. 현재의 문제를 찾지도. 스스로 질문하는 몸만자란 성인으로 살아간다.
20대 초반 군대를 전역하고 카드값을 메우기 위해서 딱 3개월만 직장을 다니자였다. 그것도 내 앞날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런 걱정도 생각도 없이 단지 넘쳐나는 카드값을 하루빨리 메우기 위해서였다. 당장 내 눈앞에 벌어지는 불만 끄기 위해서 직장에 발을 들였다. 내 직업도 남들이 하니까 행복해 보여서, 돈을 많이 번다니까 그래서 그냥 우선 주워 담았다. 남들처럼 하루빨리 안착하고 싶었다. 이 세상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속에서 생산품을 만들어내는 노동자가 되려고 애를 썼다.
지금은 어떤가! 세상 수많은 정보 늪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브랜드를, 데이터를 소비하고 상품과 영상들을 의식 없이 받아들인다. 그것을 사용하고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소비하기 위해서 수입을 만들어야 하고 그들에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 지금까지 마르지 않는 자산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없다면 평생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들을 소비하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고 소비해야 한다. 즐기는 시간보다 벌다가 인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소비하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오래 앉아 있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12시간씩 가마솥 앞에서 죽치고 앉아 있다고 해서 진하고 뽀얀 곰탕 맛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곰탕 맛은 몇 번 해봐서는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말 진하고 뽀얀 국물 맛을 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재료에서 나오는 불순물을 걷어내고, 적절한 온도에서부터 가마솥 두께까지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긴 근무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12시간씩 가만히 앉아만 있는다고 해서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망해가는 곰탕 주인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처럼 살게 된다면, 이렇게 시간만 소비하다가는 우리 인생도 결과는 폭망 하는 것이다. 곰탕을 끓이든, 책을 쓰든, 턱걸이를 하든 그 시간을 그냥 보낸다면, 보낸 시간만큼 후회라는 것을 하게 될 것이다.
저는 글을 쓰면서 이것을 깨달았다. 저 역시나 대부분 그 틀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말이다. 지금까지 지나간 흔적들 모두 포장지 비닐처럼 저를 칭칭 싸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제가 보고 느끼는 감정들이 제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그렇다. 저는 이제 양파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내며 저를 알아가고 있다. 지금도 이렇게 매일 쓰면서 저를 찾아가고 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