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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미학 (방황을 넘어)

내적대화를 통한 진정한 성장

by 스무디

글을 쓰지 않는다면 나는 이미 여러 번 죽고 싶거나,

혹은 죽을 위기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라지고 싶은 열망이 진심에 가까워질 때, 그 순간 긴 고통의 방황 끝에 비로소 종착하는 지점이 언제나 글쓰기였던 것 같다.


어릴 땐 치기어린 감정으로 하지말라는 짓도 해보고,

나쁘다는 물도 마셔보고... 온갖 발악을 해봤으나...

글로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 만큼이나 확실하고 큰 위로가 되진 않았다.


글 속에서 나는 누구라도 될 수 있고...

남들이 비난하는 몹쓸버릇도 미화시켜 포장할 줄도 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어휘력과 사고력도 발달한다는 것이다. 또 일상을 기록함으로 인해 기억력도 좋아진다.


얼마나 가치로운 학습인가? 게다가 술술 잘 써질 때는 기분도 좋고, 나중에 읽어봐도 좋은 글로 남을 수 있다.

얼마나 경제적인 힐링인가?


사람의 뇌는 어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발달한다.

철없는 아이같은 습관을 벗어던지고 나면, 점점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혀가기 위함이다. 어른들의 성장은 그래서 더 둥글고 넓게 포용적이고 순화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옳다고 본다.


냉전의 시대가 가고 평화와 화합, 협력의 물결이 대세를 이루지 않는가... 사람 간에 혐오가 일반화된 시대라고도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공격적인 행동을 터부시했고, 말이나 글마저도 상대의 기분을 헤아려 할 수 있도록 강화되고 있다. 그래야 마치 인싸로서 세상에 묻혀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행동에는 갖가지 병명도 붙여 비정상으로 몰아세운다


결국, 다... 가능한 여럿이 모여 좋게 좋게 잘 살자는 얘기다. 그런 메세지가 오늘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질이 사회성에 기반하므로...


시월인데 반팔입는다고 이상하게 여겼더니, 다음 날 내 가족이 반팔입고 돌아다니는 걸 보게 된 어느 날... 생각했다. 사람들이 잘못된 게 아니라 내가 너무 고정관념에 싸여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라고... 그냥 이해하면 되는데, 그것도 어려우면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이다.


갑자기 엉뚱한 말을 들었다고 투덜거리면, 어느샌가 나는 더 불필요한 말을 하느라 애써 시간을 삭이고 있다. 글로 쓰고 생각을 정화시키는 과정은 그래서 더 중요한 작업이다. 쓰고 나면 한층 사고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 강박인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게라도 커가고 싶다.


별 일 없지? 오늘도...

엄마의 이말은 너의 고민따위 듣고 싶지 않아... 가 아니라, 긍정적이고 사려깊고 우직한 사람으로 나를 키우기 위한 말씀이었다. 사춘기처럼 퇴보하지 말자.


'방황은 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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