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끈을 놓아버린 건 어쩌면 늘 나였다.
상대의 말이 진심으로 와닿지 않은 것은
나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속으로 쌓고 있는 잿더미같은 고뇌를 어찌하지 못 해서였을 뿐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나에게 던져지는 미끼를 스스로 피한 것은 불신과 의심이리라. 나는 그렇게 내 앞에 놓이는 행운을 자꾸 치우는 버릇이 있었다. 내 것을 지키고 과거를 잇기 위해서란 건, 이제 아무짝에 쓸모없는 변명거리처럼 치부될 뿐이다.
한두번 말하지 못한 심정을 웅크려 간직하면 안된다.
나아가질 못한다. 허리춤에 돌덩이를 매고 달리는 거다.
꼭 말해야만 털어지는 얘기가 있다면 다 내어놓자...
그리고 노를 젓자.
아무런 걸림돌이 없는
그러나 끝을 모르기에
모든 걸 축적하고 아끼며 가야하는
저 멀리 넓고 넓은 망망대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