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꼭 지켜야 하는 규울체계가 있다.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사고가 나는 건 아니지만 한둘씩 그런 안일함에 물들다보면 소위 교실붕괴라는 카오스적인 상태에 보다 빠르게 돌입할 수 있다.
어떤 학생들은 말한다.
선생님이 이렇게 되기 전에 말씀을 잘 해주셨어야하지 않느냐고... 또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왜 시도하지 않느냐고...
말만 들으면 백프로 맞는 소리인가 솔깃해진다.
그렇다고 맞장구치고 앉아버리린다면 그 다음은 책임론에 떠밀려 곤혹을 치를지 모른다.
통제력과 지도력은 교사의 자질인데, 그런 전문적 역량도 없이 무슨 생각으로 있었냐고... 교사라면 여러상황에 대비해 문제가 나타날 때 해결방법까지 미리 강구했어야하지 않냐고! 이런 말쯤은 흔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지면 교사는 신이 아니다.
그냥 똑같은 사람인데, 수업을 위한 용어를 많이 쓰고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일에 더욱 익숙한 것 뿐이다. 교사로서 배우고 연구해온 방법론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을 실행할지 말지의 여부는 '의무와 책임'을 구분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모든 상황이 항상 단독으로 그것만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교사는 이 지점에서 자주( 거의 , 항상) 선택적 딜레마에 놓이게 되고, 그것을 지혜롭게 풀어가기 위한 슬기로운 언행이 노하우로 쌓이게 된다.
그래서, 교사는 연차가 높을수록 겉보기엔 특별히 창조적이거나 열성적이지 않아 보일지 모르지만... 위와 같은 딜레마를 뚫고 가는 능력이 탁월해지기에 학생 통솔력도 좋아지고, 내공이란 것이 쌓이게 된다.
그 점이 평화로운 학교질서를 유지하는데도 탁월한 뒷받침이 되기에 한 학교에 대해 잘 알고 장기근속을 하면 추가 수당도 받는다. 교육이란 것이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 문헌적인 지식과 정보외에 경험의 축적과 환경의 익숙함을 기반으로 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적 마인드로 업무위주의 일과를 택한다면 철저히 의무적인 일들에 치중하며 중요한 순서대로 일을 처리했을 때 교사 직무를 유지하기가 수월하다. 여타 다른 일들도 대부분 그럴 것이다.
다만, 학생의 시선에서 그게 옳아보이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 같다.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마치 교실안에서 학생들을 보고 있는 일 이외에 아무런 신경쓸 업무가 없는 것처럼 교사를 대하기도 한다. 아이가 속상하면 선생님이 관심만 좀 더 주셨더라면...아이가 다칠 때, 선생님은 대체 뭐하고 계셨어요? 같은 원망섞인 컴플레인이 있을 때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마치 왼손이 하는일을 오른손이 모르는 것처럼 공립교사의 일은 게눈 감추듯 비밀스럽고 빠르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외부에서 그런 복잡한 사정들이 잘 보일리 없다. 일부러 감추는 데이터적인 업무들, 보고나 통계, 계획 같은 당장 공표할 수 없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주어지는 환경 속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 본 적도 없을테니까
한동안 교사를 학생들에게 돌려주라며 행정적인 업무를 줄이자는 얘기가 캠페인처럼 나돌 때도 있었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늘 선택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기에 책임보다는 의무를 잘 가려 실행해야 살아남는ㅣ1다.
예를들면 당장 시험을 보기로 한 시간인데, 국어 과목이고, 단원평가다. 아이들 몇명이 화장실에서 종이 울릴때까지 안 나온다. 그것도 다른 아이들이 알려줘서 인식하는데, 선생님은 남자고 안 온 아이들은 여학생이다. 그럼 쫓아가거나 복도에서 소리치면 범죄처럼 다뤄질 수 있기에. 일단 기다려본다. 시험지를 그냥 나누어준다. 이때 한쪽에선 몰래 휴대폰을 꺼내고 있다. 외부의 학생과 정보를 나눌 수 있으니 제지해야한다. 앞으로 내라고하면 왜 나만그러냐, 인권침해다 등으로 대항하는 경우가 많다. 시험11규칙 어쩌구 얘기하면 컨닝안하는데 의심이 많다고 툴툴거린다. 믿어도 이 상황에선 핸드폰 쓰면 안된다고 설명을 하게된다. 그러는 사이 나는 어떨까? 시험삼아 다른 학생도 꺼내본다. ... 몇몇은 말을 하거나 지우개를 빌리러 일어서는 등 질서가 흐트러진다. 사실상 시험이라기엔 너무 느슨한 상황이다. 그래도 전체 반에서 동시에 진행하기로 해서 치뤄야한다. 일단 강하게 교칙과 위반벌칙 등을 제시하며 전체 통제를 시도한다. 이때 화장실에 있던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온다. 시험인 줄 몰랐다면서 왜 미리 공지하지 않았느냐고 착석을 거부한다. 다른반은 이미 다 진행중인데... 이쯤되면 다른반과 비교하지 말라며 엉뚱한 훈수를 두는 학생도 나온다.
시험시간이 이미 절반이나 지났다... 단원평가니까 수행이나 수업중 활동으로 좀 보완해볼까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놓친 것 놓친 거다...
위에서 지켰어야 할 교사의 의무는 시험 사전 공지와 정확한 시간을 지킨 진행, 시험감독 등인데 이때 감독에는 통제와 지시권도 포함된다. 그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이 아무리 죽겠다고 난리를 피운대도 당장 그 소수를 위해 계획된 의무를 져버리는 건 교사로서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과 상충한다. 학부모는 선생님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아이가 탈출했다고 여길 수 있어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중요한 우선순위 의무에 충실하고 있는 사이, 스스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육이나 돌봄의 경우는특별히 케어하시는 선생님이 따로 계시기에 모든 교사가 활용할 제도도 아니다.
학교교사는 공직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최선이고, 학생은 교실이 아무리 편해도 공공장소라는 사실을 늘 상기하면 된다. 다른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를 떠올려보면 학교에는 그보다 좀 오래 머물지만 마찬가지로 예절과 규율을 어떻게 지키고 유지해야하는지 감각이 생길 것이다.
학습, 사고, 준비, 정서적인 부분 등 개개인에게 다르게 부여되는 결과의 책임은 각자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