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악.이.왔. 무대인사를 보고 와서
홀로 영화관 나들이를 하는 취미는
무한대로 뻗어가는 상상력을 펼치고
나이. 뒤로 감춰놓은 감수성을 마음껏
꺼내보며 설렘을 즐기기에 딱 좋은 일이다.
최근 개봉한 '악마가 이사왔다.' 를 예매한 건
순전히 우연한 동기에서 충동적으로 한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남자 둘은 여행가고, 나보다 어린 여자 한명은
절친을 만나러 나가고, 비는 낮부터 어둔 하늘아래
부스스하게 내리고 있었다.
나는 평소 미뤄두었던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고 노트북을 펼쳤다. 영어공부도 마저 해놓으려던 게 있어서 책도 집어 들었다. AI도, 그 어떤 자격증도
이제껏 쌓아온 나의 가치관을 내려놓지 않으면
안되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려운 공부를 해야할수록...
이미 다져놓은 지식들의 체계를 철저히 무너뜨릴수록
잘 된다.
마음이 텅~ 비어있을 때
사랑이 다가오면 그 안을 가득 채워주듯이...
말 한마디 못하는 아기가, 그렇기때문에 주변에서 들려오는 언어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듯이...
나의 뇌세포들도 잠자코
무방비상태로 있을 때, 처음보는 이론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던 요즘이다.
아무 색깔없이 있던 나에게
나이와 이름과 직업과 가족이나 소속 등등의
굴레를 씌워주면, 나는 곧 그런 사람이 되고만다.
그래서 누군가 내이름을 불러주면
나란 존재가 의미있게 더 피어나는 환희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 상대방의 시선안에 갇히는 것 같은 갑갑함도 함께 느껴진지곤 한다.
그것이 선입견이라해도, 고정관념이라 해도,
피할 순 없고 비방할 수도 없다.
가벼이 여기거나 무시한다해도 불안해진다.
우리는 관계의 굴레속에 살아가가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론 의식하지 않던 말던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
그 관계를 규정짓는 철학적 의미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왕이면 이롭게
이왕이면 맑게
이왕이면 해피하게~
사랑에 관한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헌신보단 공유로...
그리움보단 네트워킹으로...
구체적인 말표현보단 좋아요~♡ 라는 맘표현으로
타인을 향한 배려는
내가 양보함으로 인한 포용이 아니라
주체적인 인간으로서의 사고력을 인정하고
격려하고 더 나아갈 수 있게 밀어주는
지지임을...
상대의 앞길에 막힘이 있다면
그. 걸림이 되는 원인까지 뽑아버릴 수 있는
용기임을.
사랑에 관한 가치관은 더 다채로워지고
앞으로도 계속 변화해야한다.
생명력을 곳곳에 불어넣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