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속)허무주의 학생 가르치기

공부는 왜 하나요?

by 스무디


권위라는 용어를 말히는 것 조차 꺼려질만큼 학교에서 교사로서는 다양한 업무들에 치이고 묻혀 작아져갔다.


학생과의 관계는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적이라서 갈등을 피하려하면 학기초의 문제가 연말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서로 불편하거나 불쾌한 소통이라도 반드시 필요해보이면 시도하고 곪은 것을 터트릴 줄도 알아야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회복 탄력성이다.


다투거나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당장은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더라도 꼭 지도해야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어떤 사례일까? 한 아이의 성장기를 소개한다.



사례]


아이의 부모님은 고연봉의 기업 임원과 석박사 학위 정도로 두 분다 고학력 맞벌이에 속하신다. 아이는 영유아 시절 학업이나 업무로 인하여 여기저기 맡겨지며 자랐고 부모를 무척 그리워했었다. 부모는 그런 아이가 안쓰러워서 귀가 후 볼 때마다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안고 놀아주거나 좋아하는 장난감과 간식 등을 사주었다. 학교에 입학하자 교실에서 놀이처럼 하루를 보내려는 아이의 습관을 알고 뒤늦게 후회를 하셨다. 학교생활에 적응시키기 위해 가정통신문의 모든 지침을 따랐고 학부모 회에 참여했으며 아이에게도 수시로 주의를 주었다. 아이는 처음에는 부모님의 관심을 반가워했지만 점차 감정과 놀이에 대한 대화가 사라지고 잔소리 같은 말들과 지적이 늘어가는 대화패턴을 견디기 힘들어 했다. 급기야는 교실에서 듣던 것과 같은 말을 집에서도 매일 듣는 것 같은 일상이 이어지자 진정한 자신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꼈다. 아이는 어느 날 자살예방 수업을 듣더니 오히려 자살자의 충동이 이해가 된다면서 말없이 가출을 하는 등 비행을 시작했다. 부모는 전문 상담사를 찾아가 아이의 문제를 상의하고 어렵게 설득하여 진단도 받게 했지만, 비슷한 종류의 테스트를 많이 받아 본 요즘 아이는 눈치껏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지 않도록 무난한 대답만을 하고 있었다. 결국 양육법에 문제가 있다며 솔루션을 부모만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고, 부모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 동안 경력과 쌓은 지식이 있으니 프리랜서나 투자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아이와의 친밀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다. 아이는 이 때에도 초반에는 자신의 감정을 다시 돌보려는 부모에게 고마움과 애틋함을 느껴 순응했지만 얼마못가 사회적으로 보장된 지위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부모의 말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점점 자신의 논리로 하루종일 생활하려는 아이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폭력은 금지되었고 돈을 안주면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학교를 퇴학해도 좋다는 생각에 빠져들었고 밥을 덜 해주거나 안 준다면 아이는 그대로 버티거나 친구를 만나러 가서 전화를 꺼두었다. 부모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며 속앓이가 깊어졌고, 건강에도 이상신호가 왔다. 잘 지내기 위한 대화를 시도할 때마다 아이는 학교공부와는 거리가 먼 다른 것을 배우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부모의 상실감과 자신감 저하는 투자의 실패로 이어졌고, 경제적인 상황은 점점 악화되었다.

집안의 문화는 아이의 말에 의해 좌지우지 될 정도로

부모의 영향력이 미비해졌다. 권위도 더는 바랄 것도 없다고 포기한 부모는 최소한의 사회생활만 하며 조용히 살기로 했다. 이제 남은 건 인성을 지키는 건 뿐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적어도 사람처럼은 자라도록 해야하지 않겠냐는 주위 사람들의 간섭이 이어졌다.

부모는 사람됨의 기준을 알기 위해 티비나 이웃들을 항시 살폈고 자연주의 사상에 물들어 건강과 안온한 정서를 최고 가치로 여기게 되었다. 아이와의 관계는 조금 회복되었으나 여전히 공부를 할 필요따윈 없다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 부모가 깊이 따져고민한 뒤 중요하다고 판단한 일도 설득하려 들면 무작정 반박하는데만 열을 올리며 반대로 행동하기 일쑤다.


교실에서는 가장 무기력하고 교과서도 거의 펴지 않으며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딴 생각을 한다고

전해진다. 이 아이의 증상은 수 년에 걸친 장기적인 문제인데, 아주 가끔 괜찮은 선생님이 계시다는 말도 하고 있어서 약간의 희망을 느낀다. 그런 선생님들을 학원에서는 못 찾았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주요과목 담당이 아닌 분들이시다. 아이는 친구들과 만날 때도 점점 공부를 못 한다고 무시당하거나 무기력을 체력저하로 본 아이들이 치고 거칠게 대하자 모바일과 컴퓨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자신이 항변해도 다른 아이들보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먼저 보호해주려는 어른들이 사라져 힘만 드는 것 같아 체념했기 때문이다.


이 아이가 보이는 여러가지 건강상의 문제들은 만성적인 고질병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스스로 자신이 처한 고립감과 부딪치는 문제상황들을 적절히 해결해나아가는 자세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사례이다.


이 아이에게 생동감 있는 의지를 북돋워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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