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하 Jan 04. 2024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하루 한 권 읽기 ---2024  필사 챌린지


제목 앵무새 죽이기

작가 하퍼 리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먹지도 많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중략-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할 필요는 없지. 그건 숙녀답지 못한 거고…. 둘째로, 사람들은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옆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화가 나는 거지. 올바른 말을 한다고 해도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바꿔 놓을 수 없어. 그들 스스로 배워야 하거든. 그들이 배우고 싶지 않다면 입을 꼭 다물고 있거나, 아니면 그들처럼 말하는 수밖에.


중략-


그 아저씨는 여전히 벽에 기대고 서 계셨습니다. 내가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도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 서 계셨고요.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아저씨는 팔을 내리고 손바닥으로 벽을 눌렀습니다. 두 손이 한 번도 햇볕을 받아보지 못한 것처럼 하얘서 환자의 손처럼 보였습니다. 너무나 하얘서 오빠 방의 희미한 불빛에 누런 크림색 벽지를 배경으로 유난히 번쩍거리며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나는 그 아저씨의 손을 쳐다보다가 모래가 묻은 카키색 바지 쪽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내 눈은 다시 그 아저씨의 가냘픈 체격을 따라 찢어진 데님 셔츠까지 올라갔습니다. 튀어나온 턱에 그림자만 없었더라면 얼굴도 손과 마찬가지로 백지장처럼 창백했을 겁니다. 두 빰은 여위다 못해 움푹 파였고 입은 컸습니다. 관자놀이 주위는 거의 연약할 만큼 얕게 들어가 있었습니다. 잿빛 눈동자는 색깔이 거의 없어서 장님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생기 없고 가는 머리카락은 정수리에 거의 깃털처럼 덮여 있었습니다.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아저씨의 두 손바닥이 벽에서 조금 미끄러졌고 벽에는 기름과 땀자국이 남아있었습니다. 아저씨는 허리띠에 엄지손가락을 걸었습니다. 마치 손톱으로 슬레이트를 긁는 소리를 들은 듯 이상하고 작은 경련으로 아저씨의 몸이 떨렸습니다. 하지만 내가 놀라 아저씨를 바라보자 아저씨의 얼굴에서 긴장이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입을 벌려 수줍게 미소를 지으셨고요.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눈물로 우리 이웃 아저씨의 모습이 흐려졌습니다.

「안녕하세요, 부 아저씨!」 내가 말했습니다.


***


너무나 유명한 소설, 읽어보지 않았어도 대충 줄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한번 읽어보았습니다. 오래된 소설이라 그런지 지금의 소설처럼 스피드는 당연히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물론 지금까지도 놀라운 소설이죠. 하퍼리의 자전적인 경험과 함께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까요. 당시로는 파격적인 인종차별, 배려를 어린 소녀의 눈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퍼리를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올려놓은 작품으로  퓰리처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세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