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하 Sep 10. 2022

마지막 기회

공원 고양이들 -  42 


 6개월 전, 구청 사거리에 주차되어있던 차 보닛에 들어간 2개월 된 애기 고양이를 구조했다.  아기고양이는 우여곡절 끝에 우리 집의 넷째 고양이가 되었다. 막내 아리는 워낙 생기발랄해서 나이든 기존의 고양이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아리를 입양한지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새벽에 쌍둥이 루이, 라온이 심하게 싸워서 루이가 탈구되었던 것이다. 고양이들은 워낙 유연해서 탈구가 잘 안된다고 하는데, 얼마나 심하게 싸웠으면. 

 그래도 그땐 아리가 애기고양이라서 그 정도였지만 강치는 성묘다. 보통 수컷 성묘들은 서열 싸움을 한다. 중성화를 하면 좀 낫긴 해도 어떤 경우는 치열해서 다칠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같이 살아왔다면 서로 적응해서 장난 수준에 그칠 수 있지만 성묘로 처음 만난다면 심하게 싸울 수 있다. 이번엔 스트레스 수준이 아니라, 강치와 우리 집 고양이들이 직접적으로 싸울 수 있었다.

 별이의 고민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나 또한, 잘 살고 있는 우리 집의 공주, 왕자 고양이들을 폭풍우 속에 밀어 넣고 싶지 않았다. 강치는 수컷이라 몸집이 큰 편이다. 공원에서 다른 고양이들도 많이 만나봤겠지? 싸운 적도 많았겠지. 길고양이들이 싸우는 것은 장난 수준이 아니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결코 상대가 되지 못한다. 

 우리 집의 루이, 라온, 새온, 아리는 애기 때 모두 길에서 데려와서 다른 고양이는 만나본 적이 없다. 아리를 제외하면 이제 여덟 살로 인간의 나이로 따진다면(*보통 인간의 1년에 7을 곱한다고 한다) 56살이 되어 적지 않은 나이다. 한창 때인 강치보다 힘이 달릴 것이다. 아리는 어리지만 이제 7개월 된 암컷이라 강치보다 몸집이 훨씬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치를 공원에는 절대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점차 강해졌다. 방사할 때 놓쳐서 결국 나 때문에 강치가 입양을 못 가게 되었다는 자책감. 지난 한 달 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힘들어 했던가? 강치를 볼 때마다 얼마나 안쓰러워했던가? P님이 입양하기로 했을 때 얼마나 좋아했던가? 강치를 잡던 날 웃으며 집에 가던 강치아저씨, 다른 캣맘들, 그리고 행복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번만큼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강치의 입양을 추진하고 그러고도 방사할 때 놓친 사람은 나니까. 내게 이것은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다.

방사할 때 놓친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강치에 대한 자책감을 없앨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내가 강치를 데려간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터였다. 고양이를 키운 지 8년이 됐지만 다섯 마리인 적은 아직 없었다. 다섯 마리라는 부담감, 그리고 심하게 싸울 것 같다는 걱정은 컸다. 하지만 나는 한 발짝 미지의 곳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처음부터 우리 집으로 와야 했어.’

나는 나지막이 혼잣말을 했다. 어쩌면 강치는 처음부터 내가 책임져야 했는지도 모른다.    신호등 앞쪽으로 아파트 정문이 보였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강치의 캐리어를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나는 우리 집, 19층을 누르며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크게 했다. 





작가의 이전글 공원에는 보낼 수 없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