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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Sep 16. 2022

강치의 방

공원 고양이들- 43

  밤 12시 반에 우리 집의 현관문을 열었다. 자려다가 별이, 슬이, 남편이 깜짝 놀라 나왔다. 모두들 내가 들고 있는 캐리어를 바라보았다. 

 “임시 보호지? 게시판에 입양 공지 올려 볼 거지?”

남편 민혁은 설마 하는 말투였지만 난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공지해도 입양할 사람은 없어. 미안하지만 강치는 내가 책임져야 해.”

 가족들은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나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주말에 공원에 밥 주러 갈 때마다 따라와서 같이 공원 고양이들을 돌봤던 별이를 믿었다. 말은 아끼지만 나의 브**를 보고 제일 먼저 ‘좋아요’를 누르는 민혁을 믿었다. 누구보다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둘째 슬이 또한 나의 힘이었다.  


 슬이 방에 강치의 자리를 꾸몄다. 안방에는 안방 냥이 라온이와 개냥이 루이가 상주하고 있었고 별이 방에는 별이만 따르는 새온이와 아직 7개월인 아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슬이는 입이 나온 채로 나를 도왔다. 슬이는 고양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돌보는 것은 싫어했다. 그동안 고양이를 돌보는 것은 언제나 나와 별이의 몫이었다. 별이가 캐리어를 들여다보았다. 

 “아니 이렇게 커? 8개월인데? 아리보다 훨씬 크네?”

 “아, 남자라서 그런가 봐.”


 사실 애기가 아닌 성묘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루이와 라온은 1개월 반 때, 새온과 아리는 2개월이나 3개월 되었을 때 우리 집에 왔었다. 어쨌든 모두 아기 고양이라서 처음 보았을 땐 초롱초롱 작고 귀여웠다. 하지만 강치는 성묘였다. 공원에서와 달리 집에 데려오니 강치가 더 커진 것 같아 보였다. 

 강치는 슬이 방에 풀어놓자마자 재빨리 방 안을 둘러보더니 장롱 위로 올라갔다. 방에 사람이 있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 같다. 당분간 강치 혼자 두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번 기회에 언니 랑도 같이 지내보고 좋잖아.”

 나는 슬이에게 선심 쓰듯 말했다. 

 “그래. 내 방에서 같이 지내자.”

별이도 슬이에게 말했다. 나는 슬이에게 언니 방에서 한 달 간만 지내라고 했다. 슬이는 내키지 않았으면서도 다음날, 언니 방으로 이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민혁과 슬이는 무언 속에 강치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슬이는 언니 방에서 뭘 하는지 꼼짝을 안 했고 민혁은 출퇴근과 코앞에 닥친 경찰 승진시험 때문에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왔다. 나는 방묘문(*고양이가 나갈 수 없도록 좁은 철창으로 만든 문)도 주문했다. 민혁은 도서관에서 늦게 집에 와서, 방묘문을 다느라 새벽까지 씨름했다. 

 P님은 파양 이후 사과도 없이 단톡방을 나갔다. 그래도 한 달 동안 캣맘을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안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떠나다니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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