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파리에서 살아보고 싶었고, 우리의 속도에 맞춰 느긋하게 아일랜드를 탐험하고 싶었으며,
피렌체에 있는 아파트에 머물고 싶었고, 포르투갈의 생활의 잠시 경험해 보고 싶었다.
한마디로 자유롭게 싶었다.
◎ 우리 나이를 생각해보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터였다.
어차피 나이가 더 들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는 방식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을테고,
그때가 되면 편안히 쉴 시간이 차고 넘칠 터였다.
◎ 시야를 넓히는 일을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저 가까운 도시를 가본다거나, 새로운 동호회에 가입한다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 모두가 여기에 해당되니까.
◎ 사실 멕시코 사람들은 게으르지가 않다. 오히려 지독할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
다만, 멕시코 사람들은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고, 돈과 권력보다 중요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일정을 정확하게 짜거나 서두르는 경향이 적을 뿐이다.
◎ 멕시코 친구들은 멕시코 소스와 비슷한 데가 있었다.
미묘하게 깊은 맛이 있으며 독특한 향미와 온기가 있었다.
그들은 비밀 재료로 가득차 있었는데, 그 비밀 재료란 우리가 운 좋게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마다 너그럽게 퍼주는 친절함이었다.
◎ 우리는 낯선 도시에 도착한 첫 날에 꼭 해야 하는 일과를 정했다.
그리고 여행을 갈 때마다 이 일과를 따랐다.
일단 아파트에 도착하면 운전사에게 요금과 팁을 주고 우리를 마중 나온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아파트 문을 닫은 채 숨을 돌리고 마음을 가다듬을 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특히 그리 젊지 않은 우리에게 이 일과는 매우 중요했다.
기진맥진한 채로 새로운 언어와 환경을 접하기 위해서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 이제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애초에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걸 곧바로 알아챈다.
그녀는 우리가 다른 나라들을 여행하기에 너무 늙거나 융통성이 없는 사람들인가 싶던 고민을 덜어주었다.
그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추측이나 기대를 버리고 관점을 바꾸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 "아무것도 미루지 말라"는 말은 내 컴퓨터 화면에 커다른 글자로 떠 있고, 우리 부부의 좌우명이 되었다.
우리는 비용을 감당할 형편이 안 되거나 실행하기에 너무 힘들 것 같거나 "우린 너무 늙었어"라는 한탄에
빠져 그냥 미뤄 두고 싶은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좌우명을 명심하려고 노력한다.
◎ 터키의 진정한 보물은 터키 사람들이었다.
터키 사람들은 다정하고 영리하며 사귐성이 좋고 재미가 있었다.
설사 그들이 우리와 말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우리를 정신없이 웃게 만들었다.
진정으로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면 언어 장벽은 별 문제가 되지 법이다.
◎ 우리가 집을 떠나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싶던 이유는
바로 이처럼 흥미로운 광경을 접하는 순간들 때문이었다.
이런 사소한 감동들이 모여서 마법 같은 세상을 이룬다.
◎ 나는 칸트 덕분에 별난 깨달음을 얻었다.
그 깨달음은 일정한 거주지 없이 외국의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리숙하거나 촌스러워 보이는 것에 덜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우리의 자존심을 갈수록 낮아졌다.
◎ 파리에서 몇 주 살다보니 거기 사람들이 왜 그리도 행복해 보이는지 알 것 같아.
대체로 프랑스 사람들은 일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 일하지.
그리고 자신의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프랑스 사람들이 아주 정중하다는 것 눈치챘어?
택시기사, 식당 종업원, 심지어 녹색 청소복을 입은 청소부들마저 자기 직업에 만족하는 게 보여.
◎ 훌륭한 여행자의 필수 항목은 여행하는 나라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걱정거리가 사라져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이 점을 늘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공포 영화에서 주인공이 커튼 뒤에 살인자가 숨어 있는 위험한 방에 들어가려 하면 관객들은
조용히 비명을 지른다. "그 방에 들어가지 마!" 바로 이것이 내면의 목소리다.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이런 교훈을 진짜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 관광객은 여행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서 짐을 푼 다음에 휴식을 취하고
또 얼마 있다가 짐정리를 한 다음에 푹 쉬지.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
익숙한 환경에서 쉬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집을 마련하고 그곳을 우리 터전으로 만들 방법을 궁리해야 해.
◎ 다른 나라에서 실제로 살아보기로 한 선택이 역시 옳았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낚시꾼과 이야기를 나누고, 크리켓을 하는 아이들을 구경하고, 햄프턴 코트 역에서 다른 역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에 숙달되고, 새로운 모험을 하는 이 모든 놀라운 경험들은
내가 나이 들어서 할 수 있으리라 상상하지 못했던 윤택한 모험이었다.
◎ 짐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최대한 노력하지만
옷차림과 몸단장은 우리의 방랑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유행을 따르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장소에 적당하고 남부끄럽지 않게 입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를 제외하고는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만한 중요한 지식과 경험을 쌀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여행을 하며 만났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 생활 방식에 흥미를 가졌으며,
<월스트리트 저널>에 원고를 기고하게 된 것은 우리 생활 방식에 뭔가 의미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생각에 공감을 했다.
퇴직 시기가 가까워진 사람들은 우리의 생각을 노후의 삶을 보는 새로운 발상으로 여겼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늘 덫에 걸린 기분이었는데 쳇바퀴 돌 듯 빤한 행동에서 벗어날 계획을
궁리하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도 언젠가는 여행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우리를 통해 갖게 됐다고 말했다.
◎ 가끔은 겁이 나기도 했어요.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나.
이렇게 살기에는 우리가 너무 늙은 게 나일까를 비롯해서 만사를 걱정하죠.
그렇지만 안 좋은 일은 어디에서나 일어나요. 심지어 우리 고향에서도 지진이 발생하죠.
어디에 살든 상관없이, 원래 삶 자체가 위험투성이지요.
◎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용감무쌍해졌다.
새로운 상황에 처하고 우리가 전혀 모르는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 살고, 우리를 즐겁게 하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친구를 발견하는 것이 아주 편안하게 느껴졌다.
넒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 자신감이 커졌고,
왠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게 되었다.
◎ 우리는 집 없이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생활에서 최상을 즐기고 있었다.
이 관광지에서 저 관광지로 급하게 우르르 몰려다니는 게 아니라,
별 목적 없이 여기저기를 느긋하게 거닐면서 그 나라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 여행을 하다 보면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 딱 통하는 뭐하고 설명하기 힘든 순간이 있다.
사랑에 빠지는 때와 거의 비슷하게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끌린다.
계산을 하거나 격식을 차릴 필요 없이 그 사람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 들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