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에너지
나는 결혼에 크게 마음이 없던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아내로, 평생을 함께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답답한 일이었다.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나만의 세계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가 소개팅을 제안했다.
그냥 커피 한 잔만 하고 와도 된다는 말에 마지못해 나간 자리였다.
첫인상은 그야말로 ‘평범함 그 자체’였다.
말수는 적고, 눈을 마주치는 데도 어딘가 쑥스러워하던 사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말간 웃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를 다시 보게 된 건, 첫 만남에서 한참이 지난 뒤였다. 기억나는 건 아주 사소한 장면 하나였다. 식당에서 내가 뜨거운 국물을 덜어 먹으려 하자, 아무 말 없이 자기 앞에 있던 냅킨을 내 쪽으로 슬쩍 밀어주던 그 사람.
“그냥 나를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 순간, 내 마음이 움직였다.
거창한 고백도, 영화 같은 이벤트도 없었지만 그 사소한 배려가 나를 결혼으로 이끌었다.
그 사람은 여전히 조용하고 소심하다.
생각을 꺼내기보단 한참을 머릿속에서 굴리다가 겨우 한마디 꺼내는 사람.
때로는 답답하고, 눈치 없는 말에 어이없을 때도 있다.
그래도 그는 나의 좋은 반려자다.
그저 함께 있어줘서 고마운, 그런 사람이다.
얼마 전 남편과 단둘이 여행을 다녀왔다.
날씨는 우산 없이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빗줄기가 세찬 날씨였다.
내가 바랐던 푸른 하늘, 햇살 좋은 오솔길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남편은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
“비 오는 여행도 나름 운치 있지 않아?”
그 말에 내가 웃었고, 그는 우산을 씌워주며 내 손을 꼭 잡았다. 따뜻하고 포근함이 나에게 스며들었다. 우리의 시간들이 항상 행복하기를 소망해 본다.
그는 여전히 느긋하고, 때론 눈치가 없고, 뜬금없이 엉뚱한 말을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모습이 이제는 내 일상이고, 나의 안정이다.
나는 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
화려하진 않지만, 현실적인 사랑을 주는 사람.
그를 만나기 전, 나는 나름 잘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그 시절의 나는 조금 삭막했고, 외로웠던 것 같다.
그가 내게 다가와 일상의 빈틈을 채워주었다. 그렇게 나는 구원받았다. 너무 거창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진심이다.
그 사람은 나의 구세주
좋은 반려자다.
함께한 시간보다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더 설레는 이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말한다.
“사랑해요. 그대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