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에 대한 고찰

by 아포리스트

가장 두려운 것이죠. 모두에게는 아니지만.


끝이자 무이자 공허이자 허무. 종점이랍니다. 적어도 제가 생각하기로는요.


뭐, 조금 다른 주장을 펼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절대자의 품에 안길 생각을 하죠. 그 뒤에는 무지개와 천사와 구름이 있다고 하며, 고통을 끝내고 마침내 찾아올 안식을 기다립니다.


어떤 사람들은 또 다른 시작을 기다린답니다. 끝이 없는 사이클 속에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되었다며 또 한 바퀴를 굴리기 위해 준비를 하고 떠나죠.


그러나 그 무엇도 아닙니다. 그것은 그저, 끝이자, 무이자, 말 그대로 종점역이랍니다. 앞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이제껏 지나온 역들을 모두 먹어치우는, 모든 노선의 교차점이랍니다.


이런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데 한 평생을 쏟아온 것 같네요. 종점은 모든 탑을 무너뜨리고, 어떤 기반이든 갉아먹는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요.


알고 있었습니다. 모를리가 없습니다. 그것을 부정할 뿐이였으니까요. 아니, 부정할 뿐이라고 생각할 뿐이였지만요.


그 무엇도 없었습니다. 당연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프게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깨달음이 괴수가 되어 나를 먹어치우리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답니다.


기대해 봤자 소용없답니다. 일말의 가능성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아요. 그저 기다릴 뿐이고, 매초 매순간 다가갈 뿐이고, 너무 허무하게 찾아올 뿐입니다. 헛된 희망은 안식이 될지라도 치료제는 아니랍니다.


사라지면 만물이 있을지는,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건 자기애가 너무 강한 탓일지도 모르죠. 그 때문에 언젠가 찾아올 종점역의 모습이 두려운 것일 수도 있고요.


끝을 경건하게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합니다만, 뭐 잘난 게 있다고 그렇게 조용하게 죽습니까. 발악할 겁니다.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 끝이 오지 않기를.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기로 한 소악마에게 인간의 운명을 맡긴 건 큰 실책이였습니다. 우리의 모든 것을 맡긴 그가 인과를 만들고, 가지고 노는 모습이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네요.


그가 익살스럽게 저글링하는 공들 사이에서 실수로 낙오되어 깨지는 것, 그것이 죽음일 뿐이랍니다. 우리의 종점은 그저 그런 의미없는 것일 뿐이랍니다.


나는 발악할 것입니다. 따뜻하다는 그의 품에 안길 생각은 추호도 없답니다. 영원한 윤회 속에 나의 몸을 맡길 생각은 더더욱 없답니다.


무한한 공허 속에 잠식되는 그런 끝은 원하지 않습니다. 살 것입니다. 결코 종점을 일찍이 맞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허무가 두렵고, 무가 두렵고, 공허함이 두렵습니다.


편안한 안식처라는 공중누각이란 건 논리라는 무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집니다. 요절 뒤에 기다리는 건 그저 무입니다.


저는 이 삶에서 행복을 찾을 겁니다.


제 속의 괴물을 타파할 것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빼앗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