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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terking Oct 11. 2024

회계팀 취준생, 1편)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성찰

내 나이 27살. 만 나이 적용하면 26살이네.

2017년, 경기권에 위치한 4년제 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2016년 9월 모의평가에서 숭실대 경영학과 합격권이었는데 역시 나는 실전파가 아니었나 보다.


대학교에 들어와 경영학도로서 다양한 수업을 들어봤다.

인적자원관리, 경영/무역/회계/경제학개론, 경영통계 등등..

"이런 걸 배운다고 취업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중 무역학개론과 회계학개론 수업이 가장 그런 생각이 안 들었다.


무역은 성적이 더럽게 안 나왔지만 나름 재밌었고, 회계는 성적이 잘 나왔지만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나는 정확히 경영학과가 아니라 경영학부를 나왔고 3학년 경영학과와 무역학과를 선택할 수 있었다. 아마 이때가 인생 처음으로 깊은 고민을 경험했던 순간인 거 같다.


"적성이냐 재능이냐?"


처음엔 적성을 선택했다.

내가 평생 하게 될 일인데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쪽을 해야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무역도 깊게 공부하면 할수록 암기할 게 너무 많았고 그렇게 점차 흥미를 잃어갔다. 아마 이때부터 남들의 조언보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고집스럽고 다양하게 시도해 보자고 생각했던 거 같다.


무역학과로 전과했다가 다시 경영학과로 돌아온 나는 회계를 집중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잘못된 바이럴을 통해 들은 "연말정산 아르바이트"는 회계 직무 경험이 아니었지만, 주변에서 다들 하기에 나도 시도했다. 사기업에서 처음 한 아르바이트에 다소 떨리고 긴장했지만 금세 적응하여 1인분 했다고 생각한다.


이후 관련 자격증인 재경관리사를 취득했고 오피스 능력 향상을 위해 컴활 2급도 취득했다. 회계 동아리와 회계학 튜터링을 통해 정말 회계 외길 인생을 살았던 거 같다. 4학년 2학기에는 전공학점을 다 채웠기에 교양을 들어도 됐지만, 타 학과인 세무학과의 전공 중 중급회계와 원가관리회계를 수강했다.


결론적으로, 이 수업들을 듣고 나는 회계에 대해 크게 눈 뜰 수 있었다. 이 수업들은 회계사 출신 전임교수님이 강의했으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학생들의 높은 집중력과 수업 참여도였다. 우리 학교는 매년 여러 명의 회계사와 세무사를 배출할 정도로 회계와 세법에 진심인 학교였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수업을 들으며 학교 시험과 자격증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정말 회계에 대해 학습할 수 있었다. 교수님의 훌륭한 강의력이 대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재경관리사 시험을 준비하며 주먹구구식으로 암기했던 내용들이 머릿속에 사라지기 전에 이 수업을 들어서 수업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교수님은 단순 개념 설명과 문제풀이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해당 개념이 나오게 된 유래까지 설명해 주셨다. 물론 결론은 암기였지만, 회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원가관리회계 수업을 들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변동원가와 초변동원가계산법을 배웠을 때다.


일반 상장 기업이 재무제표에서 사용하는 원가법은 전부원가계산법이며 이는 FOH(고정제조간접비)를 통해 매출총이익을 조작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공장이나 기계의 감가상각비 총액을 FOH라고 쳤을 때, 전부원가법은 (FOH/생산량 = 단위당 FOH) 단위당 FOH를 매출원가에 포함시킨다. 

(조금 헷갈릴 수 있는데 다 왔다.)


*매출 - 매출원가 = 매출총이익

매출"원가"를 낮추면 당연히 매출총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즉, 매출총이익 증가를 위해 매출원가에 포함된 단위당 FOH를 낮춰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4번째 줄 위에 있는 식에서 생산량을 높이며 된다. 다시 말해, 매출총이익을 높이기 위해서 생산량을 증가시키면 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과거에 변동원가와 초변동원가계산법이 없을 때 일부 CEO들이 본인들의 임기 중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생산량을 억지로 늘려 이익을 부풀렸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재고폐기비용과 재고관리비용 등 기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고 그렇게 나온 게 변동원가와 초변동원가계산법이다. 여기까지 정확히 숙지했다면 예상하고 있는 게 맞다. 변동원가와 초변동원가계산법은 공장이나 기계의 감가상각비 등에 해당하는 FOH를 매출원가에 넣지 않고 따로 비용으로 빼기 때문에 생산량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어쨌든 교수님의 출중한 수업을 들으며, 회계와 세법 외길 인생을 걸어보자고 학실히 마음먹었다. 그러다 2개의 수업 모두 매번 내 앞에 앉아서 엄청 열심히 수업 듣는 남자애한테 관심이 생겼다. (참고로 나도 남자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말 거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나는 쉬는 시간에 그 친구한테 바로 말을 걸었다. (MBTI는 I다)


대화를 조금 나눠보니 그 친구는 나와 동갑이었고, 세무사 시험을 준비한다고 했다. 나는 내가 전문직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사실 그게 뭔지 잘 모르기도 했다. 그 친구와 번호를 교환한 뒤에 나는 세무사라는 전문직을 마구 찾아보기 시작했고 결국 교수님과 상담도 받았다.


교수님은 너무 힘든 길이라며 내게 그 길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셨다. 나는 4주에 걸친 직업 심리검사 및 상담 그리고 해당 직무의 전문가가 돼서 자신만의 사업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때의 나는 참으로 호기로웠으며 지금 생각해 보면 용기가 대단했다. 음식점에 가더라도 도전하기 싫어서 매번 똑같은 음식만 먹는 내가 어떻게 저런 리스크 큰 결정을 했는지 참으로 신기하다. 


그렇게 나의 고시공부가 시작된다.

모두가 알듯, 고시 공부는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지원 없이 준비했으며, 내 통장에 찍혀있는 500만 원을 가지고 하이리스크 게임을 시작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에 이어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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