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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형박 Jan 22. 2024

서울 시립 미술관  전시  <구본창의 항해> 1부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서소문 본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본창 작가의 회고전 ' 구본창의 항해 ' 전시를 다녀왔다.



구본창 작가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현대 사진의 시작과 전개에 핵심적인 역할을 끼친 작가이다. 

https://www.idaegu.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8870

그리고 이번 전시는 구본창 작가의 600여점이 넘는 소장품 ,  500 여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일대기를 한번에 접할 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1층에 들어가면 처음으로 '호기심의 방' 이라는 섹션으로 구본창의 소장품과 수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구본창은 어려서부터 해외출장을 다니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다양한 인쇄물들을 포함한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사물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이런 사물들은 구본창의 남다른 시선과 해석으로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된다. 


이런 수집에 대한 구본창의 집착은 훗날 그의 작품 세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는 '수집적 상상력 ' 이라는 단어로 설명이 가능한데 그에게 어린시절부터 수집물건이 본래의 공간을 떠나면서 용도가 재정의 되고 새로운 의미를 갖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손에서 재정의된 수집품들은 앞으로 있을 작품활동 속 상상력에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그리고 다음 섹션에서는 1979년 독일 유학을 시작한 후 구본창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구본창 작가는 한국의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졸업한 국내 대기업에 취직을 한다. 이내 구본창은 회사를 그만두고 취직을 위해 누나가 살던 독일로 건너오게 된다. 하


지만 회사 내부 경영 상황에 따라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회사를 다니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구본창은 본래 좋아했던 사진에 대한 공부를 더욱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다. 구본창 작가는 함부르크 국립 조형 예술대학에 입학하고 독일에서 본인의 첫 작품활동을 전개한다. 


그리고 위에서 본 < 빛을 찾아서 > 라는 작품은 그의 독일 유학 시절 주요 작품 중 하나로 본인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의 작품이다.  


파인힐 화랑에서 열린 구본창 작가의 첫 개인전 포스터

구본창 작가의 초기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열두 번의한숨> 이라는 작품이다. 


총 12개의 앨범으로 이루어져 있고 ' 12 ' 라는 숫자는 시간은 연속성을 뜻한다. 


마치 달력 속 열두 달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각각의 앨범들을 집중해서 살펴봐도 아주 흥미로웠다.


구본창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일 유학 시절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복잡한 심정을 나타냈다고 한다. 


작품 속 붉은 색은 상처를 뜻하고 푸른 색과 물은 치유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리고 아래 보이는 날개는 구본창 작가가 바라 본 이상 이라고 한다. 


아직 완성되지 못한 그의 작품세계와 유학생활에서 오는 외로움과 깊은 번뇌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주로 본인 자신을 사진의 피사체로 자주 선정했던 구본창의 작품 성격도 찾아 볼 수 있었다.







<생각의 바다>


위 작품은 <생각의 바다> 라는 작품이다. 


작품에는 달 속에 있는 인물과 그를 둘러싼 다양한 기호와 문자들이 보인다. 가장 먼저 이 작품을 봤을 때 들었던 느낌은 저 인물과 내 자신으로 투영해봤다. 


작품의 제목처럼  생각의 바다에 둘러쌓여 끝없는 고민과 상상에 빠져 방황하고 있는 내 자신이 보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세계에서 알아볼 수도 해석할 수 도 없는 문자와 숫자들 사이를 유영하는 저 인물이 내 자신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앞에서 유독 생각이 많아졌던 작품이다. 끝없이 


정처없이 부유하는 정보들과 그 속에 정돈 되지 않은 내 머릿속사진으로 나타낸 같은 작품이었다.

또한 주목해야 할 작품은 곤충들을 주제로 한 <굿바이 파라다이스> 라는 작품이다. 


그 중 특히 나비를 대상으로 한 작품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아래는 구본창 작가의 인터뷰 영상이다. 


우연히 한국 1호 곤충 (나비) 박사 석주명씨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나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연사 박물관과 협업하여 박제된 나비를 다시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사실 동양에서 나비라는 곤충은 많은 의미와 해석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다. 


시 , 그림  같은 문학작품에 많이 사용될 정도로 나비는 사람들에게 말로 형용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신비한 분위기와 느낌을 주는 곤충이라고 볼 수 있다. 


나비는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 


나비는 그 색깔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보통 죽은 사람의 영혼 , 부활 ,  아름다움 과 행복 , 지혜 같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나비의 의미는 부활이다. 


예로부터 번대기에서 나온 나비의 모습이 사람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오는 것과 같다고 해서 유충 , 번데기, 성충으로 성장하는 나비의 일생을 생과 사 그리고 부활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을 조합해서 다음에 나올 구본창 작가의 글을 본다면 이해가 더욱 쉬워질 수 있다.


구본창 작가는 


" 존재했던 모든 생명체는 부패하고 사라지고 순환한다. 

그리고 그 시간과 삶이 지나간 자리에는 상처와 흔적이 남는다. "


 라고 말했다



이런 그의 죽음에 대한 동양적 가치관은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 번 약품 속에서 죽음과 삶의 경계 속 에서 박제된 나비는 구본창 작가의 카메라 플래쉬 안에서 다시 한번 박제된다.  


박제 속에서 다시 박제 되는 이중적 박제의 행위를 통해 나비는 죽음과 삶을 뛰어넘어 우주 속 하나의 생명의 흔적으로만 작품안에 남게 된다. 




돌아가보면 구본창 작가가 이런 동양의 순환적 자연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에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이 끼친 영향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유학시절 초기 구본창 작가는 어머니의 죽음을 타지에서 접했었다. 


몇년 후 아버지 또한 병상에서 오랜시간 누워계시며 몸에서 서서히 근육과 수분이 사라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게 됐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두 개의 큰 사건은 구본창 작가가 생명에 대한 안간힘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게 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 <숨> 이다.


 시간성과 죽음 그리고 생명력이 느껴지는 이 시리즈는 죽음이라는 관념을 깊이 고민한 구본창 작가가 사진으로 그 깨달음을 담담히 녹여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현상의 차원에서의 죽음은 태어나고 없어지는 것이지만 무한한 차원에서의 죽음은 그저 에너지의 순환 또는 변화일 뿐이다. 


변화와 순환에 대한 그의 동양적 가치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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