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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형박 Jan 23. 2024

서울 시립 미술관 전시 <구본창의 항해> 2부

그의 항해는 아직 닻을 내리지 않았다




구본창의 항해 2부  



1층의 마지막 섹션에는 백자 달항아리  사진 작품이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 한국의 백자만이 가지고 있는 


소박한 아름다움 과 부드럽고 여유로운 곡선에서 나온 순백의 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불멍 , 물멍을 이어서 달항아리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치유되는


 ' 달멍 ' 이 유행할 정도로 이 백자만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는 한국을 넘어 전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다. 


사진 출처 : 국립 중앙 박물관



그런데 오늘날 보다 먼저 달항아리의 매력에 주목한 작가가 있었다. 바로 구본창 작가이다.


구본창 작가는 1989년에 우연히 조선 백자 달항아리와 그 옆에 앉아있는 여성의 사진을 봤다. 


그 여성은 20세기 가장 유명한 도예가중 한명인 루시 리 였다. ( 아래 루시 리 작가의 사진 )


출처: https://brunch.co.kr/@grium1021/514


그로부러 15년이 지난 2004년 일본 교토를 여행하다 잡지에 실린 백자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루시 리의 사진이 다시금 머릿속에 떠올랐고 결국 그는 백자를 사진으로 담아내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최초의 < 백자 >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  


출처: 서울 시립 미술관


2005년 부터 구본창 작가는 세계 각지의 조선 백자를 소유한 박물관을 찾아 다니면서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한다. 



프랑스 파리의 국립 기메동양박물관 , 일본의 오사카 시립 동양 도자박물관 ,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을 돌아다니며 어렵게 사진 촬영을 허락받고 총 12개의 백자 사진을 모아서 


< 문라이징 III > 라는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위에 작품)



마치 달이 차고 지는 과정을 담은 듯 한 이 작품은 달항아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매력을 구본창 만의 독특한 표현력을 통해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서도 전시가 진행됐다.





1층에서 본 문라이징 작품과 이어져서 2층 첫 섹셔에서는 백자를 담은 사진들이 계속 전시돼있었다. 


이번 섹션은 벽, 천장 , 조명까지 전부 하얀색으로 통일시키며 백자의 순백한 아름다움을 주목하며 관람하기 더 쉽게 만들어줬다.  


백자 시리즈 


구본창 작가는 문라이징 작품 이외에도 < 백자 >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세계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각국의 박물관에 복잡한 과정을 거쳐 허락을 맡고 연습촬영을 무수히 반복하며 시리즈를 완성해나갔다.  


이러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들게된 < 백자 > 시리즈는 국내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국내 외에도 이 시리즈는 해외 박물관들이 중국 , 일본의 도자기에서 벗어나 


한국 도자기의 고유한 아름다움에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구본창 작가는 어렵게 얻게 된 기회를 살리기 위해 백자 촬영을 위한 촬영 방법 또한 깊이 공부했다. 


그는 백자를 하나의 사물이 아닌 혼을 지니고 있는 하나의 생명체로 묘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백자 뒤로 두꺼운 한지인 사합지를 배경으로 간접조명과 대형카메라를 사용해서 초점을 조절해가면서 부드럽게 촬영해 온기를 더하려고 노력했다. 


백자 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수평선 또한 백자가 이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설정된 의도적 장치였다. 




사진 작품 이외에도 전시되어있는 다양한 백자 관련 자료들로 구본창 작가의 백자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백자 바로 옆에서 진행되고 있던 < 인테리어 > 시리즈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 인테리어 > 는 백자 시리즈에 앞서 작업했던 작품으로 백자 시리즈에 많은 영향을 줬던 작품이다.



구본창 작가는 2003년 여름 우연히 청담동 어느 건물 앞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낡은 차고를 보게 됐고 


텅빈 공간감에 이끌려 촬영한 뒤 < 인테리어 > 시리즈를 제작하게 되었다. 



< 인테리어 > 라는 시리즈의 의미는 어떤 공간에 사물을 놓고 옮기는 과정. 즉 어떤 공간에 사물이 존재했다 사라지는 하나의 과정을  채움과 비움의 미학으로 녹여낸 시리즈라고 볼 수 있다. 



위 사진 처럼 작은 상자는 어떻게 촬영하는 지에 따라 

깊이를 상상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일상적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 인테리어 > 시리즈의 사진들을 보면 

사진의 대상이 되는 작은 상자와 차고 안에는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이 공간 안에서 

사물의 부재는 그곳의 깊이감을 더욱 심화시켜 사람들의 궁금증을 이끌어낸다. 


사물의 부재는 오히려 그 공간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켜주는 것이다.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개념인 부재와 존재는 구본창 작가의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 함께 공존하면서 

서로를 증명한다.


채움과 비움 또한 이와 같다고 본다. 


채움이 없으면 비움이 없고 비움이 없다면 채움이 없는 것처럼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단어는 나란히 존재할 때 서로의 존재이유를 증명해준다.


백자 또한 이와 비슷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백자는 화려함 보다 비움과 덜어냄의 아름다움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 글에서 설명하지 않은 작품들이 더 많았지만 제가 인상깊었고 계속 생각났던 작품을 위주로 설명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구본창의 항해에 대한 리뷰 글을 마치겠습니다. 


글을 쓰면서 구본창 작가는  정말 다양하고 깊은 작품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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