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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형박 Jan 24. 2024

<장자>의 사상은 쓸모가 없는 학문입니다

쓸모없음으로 쓸모있음을 증명한다

제가 왜 장자의 사상은 쓸모가 없는지 증명해보겠습니다. 


장자는 중국 전국 시대에서 활동했던 제자백가 중 한 명인 도가 철학가입니다.


그리고 장자를 당시 활동했던 중국 전국 시대의 철학자들과 구분해주는 가장 큰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장자는 무위(無爲) 의 철학자라고 불리기도 할 정도로 


있음보다 없음에 더욱 집중했던 철학가였다는 점입니다. 


당시 여러 지방에서 많은 제국들이 세력을 넓히기 위해 서로를 공격하고 전쟁을 주고받던 대혼란의 시대에서 어떠한 것이 중요한지 그리고 필요한지를 공부하는 것은 중요시 여겨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자는 인간을 거대한 자연의 일부라고 여기고 어떠한 인위적인 것도 거부하는 무위의 상태를 추구하며 살았습니다. 그의 마음은 오직 외물에 의존하는 사사로운 생각을 버리고 자유롭게 사유하겠다는 의지였습니다. 


어떻게 해석해보면 세상에 무책임하다고 생각 될 정도로 장자는 세상의 일들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상가들은 그의 사상은 쌀도 밥도 나오지 않는 쓸모없는 사상 이라고 조롱하곤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장자는 본인의 철학에 대한 이런 노골적인 조롱에 어떻게 응수했을까요? 


본인의 쓸모없음을 인정했을까요? 아니면 반박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을까요 ?


장자의 [ 외물 ] 편에 나오는 일화를 잠시 살펴보시죠.



이 일화는 혜시라는 철학자가 장자에게 건내는 말로 시작합니다. 

혜시는 전국 시대에 활동했던 철학가로 공손룡과 더불어 제자백가중 < 명가 >를 대표하는 인물이었습니다. 


명가는 개념적 진실과 사실 확인을 가장 중요시했던 학문으로 논리를 바탕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모든 문장을 명확하고 엄밀하게 따져 정답을 내는 명가의 사상에게  아마 자연의 흐름과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도가의 학문은 의미가 없는 하찮은 학문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혜시는 장자에게 " 그대의 말은 쓸모가 없다네 " 라는 말을 건넵니다. 


장자는 본인의 사유가 무용하다는 혜시의 조롱에 대한 대답으로 그에게 근사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로 황천이야기 입니다. 


장자는 혜시에게 하나의 사고 실험을 제안합니다.


여기 땅에 발을 딛고 서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에게 현재 쓸모있는 땅은 현재 발을 딛고 땅의 면적만큼입니다. 


그러면 지금 밟고 있지 않은 땅들은 이 사람에게 쓸모가 없는 땅이라고 볼 수 있겠죠. 


장자가 이어서 제안합니다.


지금 이 사람이 밟고 있는 땅을 제외하고 나머지 땅들을 지하 가장 깊은 곳까지 파내리자는 것입니다. 


자신이 서있는 땅을 제외하고 모든 땅이 황천까지 내려가 없어져 버린다면 이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낭떠리지에 가만히 서있는 기분일 것입니다. 


그가 밟고 있던 작고 아늑했던 땅은 이내 주위가 휑하니 비어, 쓸모가 없어져버리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마침내 장자는 말을 건넵니다. 


" 이제 무엇이 쓸모없는 것이고 무엇이 쓸모 있는 것인가. 

어쩌면 쓸모없음이 쓸모 있음보다 더 쓸모 있어 진 것이 아니냐? "




이 일화는 장자가 본인의 사상이 쓸모없다고 조롱하는 말에 대하여 정면으로 반박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장자는 억지로 본인의 주장이 어떤 효용이 있고 무슨 영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역설하지 않습니다. 


그저 장자는 쓸모없음을 인정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 쓸모없음의 가르침에 더욱 더 정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현대 사회에 사람들은 모두 회사에서 그리고 공동체에서 최대한 쓰임새가 많고 유용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되는 것이 많은 부를 가져다 줄 확률을 높여주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순간 쓸모있고 능력있는 사람이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젠간 사람은 늙거나 병들고 슬럼프에 빠져 쓸모는 커녕 다른 사람의 짐이 되는 상황도 많이 만나게 것입니다. 이때 우리는 유용성의 수치 아래에서 평가되지 않고 존재하는 것만으로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매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자유롭게 살라는 말이 아닙니다. 


삶을 살아가다가 지칠때는 잠시 쓸모없음의 의미와 가르침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겁니다. 

새로운 것을 채우는 것이 아닌 없어진 것이 무엇인지 비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잠깐 고민해보는 겁니다. 



무엇인가를 새로 채우고 더해가는 과정은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채워있는 것을 비워내는 과정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내 안에 있던 욕심을 하나씩 벗어던지고 온전한 나로 되돌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비워낸 후의 모습은 굉장히 순백하고 아름다운 모습일 것입니다.


 최근 조선 백자 달항아리의 매력이 한국을 포함함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이유도 기교와 무늬를 최대한 덜어내고 백자가 가진 형태와 색깔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집중했기 때문 아닐까요?



결론적으로 장자의 철학은 쓸모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쓸모없음이 현대사회에 주고 있는 가르침은 적지 않습니다. 아직도 그의 쓸모없는 철학은 많은 사람의 쓸모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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