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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형박 Feb 14. 2024

언저리에 있어야 좋아하는 일을 잃어버리 않을 것 같아서

가장자리를 맴도는 삶

최근에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김화진 작가의 소설

' 나주에 대해서 ' 에서 인상깊던 문장이 있었다.

너는 나를 너무 좋게 봐. 나 그때 월급 백심만원 받았어. 그런 얘기를 너한테 할 수 없었어. 네가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데를 다니냐고 하면 너무 상처받을 것 같았어. 카페 직원으로 살아도 백오십만원은 벌었을텐데, 글 쓰는 곳 언저리에 있어야 좋아하는 일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 같아서 동아줄 처럼 잡고 있었어. 그건 나한테 부적 같은 거였어.


" 글 쓰는 곳 언저리에 있어야 좋아하는 일을 잃어버리 않을 것 같아서 동아줄 처럼 잡고 있었어. "



영화 비평에 관심이 많은 소설 속 주인공 수언은 대학 시절부터 글을 계속 써왔다. 대학 시절에 영화비평을 하던 다른 친구들이 글쓰기를 그만둔 반면 수언은 졸업 후에 학과교수님의 소개로 출판사에 취직하게 된다. 그 당시에 대학 친구들은 이런 수언을 부러워했지만, 사실 교수님이 본인 논문을 내던 출판사에 일을 소개시켜준거였고 월급은 하고 있는 일에 한참 못 미치는 130만원 이였다.


그럼에도 수언은 이 일을 놓지 않았다. 동아줄을 잡고 놓치기 싫은 사람 처럼 ..




그 곳 언저리에 있어야 좋아하는 일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 같았다는 글을 보고 내 자신이 떠올랐다.


나는 전시회 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처음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는 눈만 뜨면 밥도 안 먹고 전시회를 보러 나갔다.

그냥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와 냄새가 너무 좋았다.


이렇게 수많은 전시들을 관람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

 (미술분야) 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고 멋있어 보였다.


" 저기서 일하면 작품들을 공짜로 하루종일 볼 수 있는거네 ! 되게 부럽다 .. "


그래서 소설 속 인물 '수언' 처럼 무작정 그 사람들 주변을 맴돌았던 것  같다.


전시를 보면서 미술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분 같으면 정중하게 말을 걸고 질문했다.


" 저는 홍익대학교에서 경영학과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미술 작품 보는 걸 좋아하고요. 블로그에 미술관련 글도 써보고 있고, 아직 전문적인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 "



태어나서 처음 가봤던 아트페어 KIAF 에서는 내 명함을 가져가서 사람들에게 나눠드렸다.


아직 준비된 능력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냥 내 열정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저 이정도로 미술을 좋아해요..


아무 경력도 없던 23살의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열정 과 에너지 밖에 없었다.  


" 저 좀 알아봐주세요. " " 여기서 일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수많은 거절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수많은 두드림 끝에 지금은 정말 좋은 기회를 받고 내가 꿈꾸던 곳에서 일해보고 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루종일 미술 작품 곁에서 숨쉴 수 있고 일할 수 있는 곳.


 내가 꿈꾸던 삶이었다.


나는 과거의 나에게 정말 고맙다.


모든게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무작정 그 주변을 맴돌았던 과거의 나.


부끄러움 따위 없이 궁금한게 있으면 질문하고 말을 걸었던 과거의 나.


나는 아직도 내가 좋아했던 , 좋아하는 일을 잃어버리지 않기위해 이를 악물고 더욱 세게 동앗줄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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