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 Jan 25. 2023

이별에 대하여

너무 힘들지 않게 헤어지려면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별은 우리를 당황스럽고 슬프게 한다. 어떤 사정으로 인해 연인과의 갑작스런 헤어짐, 존경하던 스승과의 헤어짐,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가족들과 영원한 헤어짐도 있을 수 있다. 또 이별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정서적으로 많이 친밀했던 지인들과 점차 멀어질 때 씁쓸하고 아쉬운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이별이 우리에게 더 힘들게 다가오는 이유는 헤어지는 것 자체가 외롭게 느껴져서일 수도 있지만 더 잘해주지 못한 거 같아서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어서일 것이다. 이제는 더 잘해줄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럴 기회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는 것이다. 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다 전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있어서 일 수도 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 데도 시간이 많이 필요했고, 헤어지는 데도 또한 많은 시간이 필요했었다. 과거를 깨끗하게 털어버려야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수 있는데 과거에 많이 집착하고 생각하고 추억하며 현재를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중학교에 가면 초등학교 때 선생님들이 그리웠고, 고등학교에 가면 중학교 때 선생님들이 너무 그리웠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고 나서는 대학 시절 생활이 너무 그리워서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데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3개월을 만났던 사람을 정리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려 그 기간 동안에는 누구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이번 주에 예상하지 못했던 헤어짐이 두 번이나 있었다. 이전의 나라면 매우 큰 상실감을 느끼며 일상 생활을 하는데 지장을 받아야 했을 텐데 이제는 나도 많이 성숙해졌는지 그 순간에는 슬펐지만 꽤 담담한 것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첫 번째로 내가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없으며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세지를 월요일에 들었기 때문이다. 두 손을 벌려 하늘을 향해야 하며 내가 꽉 움켜쥐려고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에게 크게 와 닿았다. 물론 이 이야기를 들을 때는 이번 주에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했다.


 두 번째는 헤어져야 하는 각각의 사람에게 이미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칭찬과 격려, 응원 등 내가 해줄 수 있는 좋은 말들을 이미 많이 했고,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더 해줄 말이 남아있지 않았다. 세 번째는 앞으로 함께 할 수 없지만, 이미 함께 보낸 시간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에 너무 감사했기 때문이다.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의 인연인데 어째든 우리는 만나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에 대해 감사했다.


  그래서 나처럼 헤어지는 것을 어려워했던 사람도 '모든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 없으며 겸손히 내게 주어진 것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과 '곁에 있을 때 잘해주는 것', '헤어져야 한다면 이미 보냈던 시간에 대해 충분히 감사하는 것'으로 이별을 조금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살다보면 새로운 만남도 늘 있겠지만, 어떤 이유로든 누군가와 헤어지는 일이 늘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조금 덜 아프게 덜 슬프게 헤어지기 위하여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하며 그 존재에 대해 감사해야겠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헤어지는 날이 온다면 기쁘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며 그렇게 조금은 더 가볍게 보내줘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완벽한 선택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