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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Feb 14. 2023

어른이 되면서 겪게 되는 몇 가지 어려움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처한 상황을 매우 심각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가볍게 훌훌 털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꽉 끌어안고 분석하고 고민하면서 해결하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런 문제들을 하나씩 넘어와서 예전보다는 힘든 일이 많이 없어졌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겪어 왔던 어려움이 나에게만 일어난 특수적인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1. 직장 동료 중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사람(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심각한 주는)이 있는 경우

  나는 왠만하면 모든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좋은 점을 잘 발견하여 직장에서 대인관계가 크게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늘 다른 사람에게 많이 맞춰주고 칭찬도 많이 해주고 나도 그만큼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몇 년 전에 1년 반 정도 같이 지내면서 너무 힘든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기에 긍정적으로 지내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나중에는 나의 그런 행동이 너무 후회가 되었다. 그 사람은 아주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아 우리가 상식적으로 봐 줄 수 있는 선을 아주 넘어서 관련되어 있는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고, 윗선에서도 그 사실을 다 알면서도 딱히 해결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문제 덩어리인 이 사람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몰라서 매우 분노했고, 윗선에도 용기를 내어 찾아가서 이야기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고 나의 분노만 쌓였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그 직장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고, 그 사람도 이어졌던 문제로 인해 결국 직장을 떠나게 되었다.


  업무의 종류가 달라도 간혹 자기 자신이 어떤지 보지 못하고 타인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주는 사람과 근무하느라 어려워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그 당시 너무 큰 스트레스로 몸에 병을 얻어 앞으로는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력하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너무 크게 분노하고 바로잡으려고 하지 말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이건 자기 보호적인 관점의 생각이라 이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본 것은 문제가 있는 사람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게 되어 있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게 되는 것이었다. 다만 그 시점이 좀 늦어지는 경우에 우리가 확인할 수가 없어 그게 더 답답한 것 같다. 정의를 좇을 때, 분노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나를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격한 분노 보다는 차가운 이성으로 냉철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2. 자기 자신의 착함이 오히려 업무 처리에 해가 될 때

 마음이 착하고 다른 사람이 상처 받을까봐 배려를 많이 하는 사람은 의사소통을 정확하고 단호하게 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업무 처리나 조직 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때 소통이 잘 안되고 결국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천성적으로 마음이 따뜻하고 착한 사람은 이 부분을 넘어서야 한다. 자신의 경계를 명확하게 세우고 차분하고 분명하게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나도 신입 때는 윗선에서 시키는 것이 내가 할 일이 아닌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다 수용하고 열심히 했다. 그게 얼마나 고된지는 안중에도 없었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최선을 다해 벅차게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순수한 마음은 좋았으나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살면 길게 갈 수가 없는 것이다. 나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시켰던 윗분은 나에게 친절하게 대했고 나를 좋아하셨지만, 나는 그 때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거절하지 못했던 게 너무 싫은 기억이라서 그 분과의 관계를 혼자 정리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표현하고 선을 그었으면 그럴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 동기들은 그렇게 잘 하는 사람도 많았다.)


 어째든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제는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 착하다는 말을 하기도 민망하지만, 어째든 착한 사람은 넘어서야 할 산이 있다. 넘지 못하면 평생 힘들기 때문에 어서 빨리 넘어가야 하고, 넘었다고 안심하면 안 되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 이 부분을 다루는 많은 책과 동영상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 문제는 나만 겪는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요즘 MZ들은 할 말을 너무 잘 하고 자기 선을 너무 확실히 세워서 그 윗분들이 어려워하기도 하던데 꼭 MZ라고 이런 성향을 갖는 것은 아닐 수 있다. 


3. 건강의 문제 

 20대에 건강해서 밤을 새도 끄떡 없고 열심히 놀러다니던 친구들도 이제 30대에 접어들면서 혹은 40대가 되면서 여기저기 관리를 하라는 신호를 받게 된다. 사람마다 약한 부분으로 신호가 먼저 오기 때문에 종류는 모두 다른 것 같다. 척추 디스크, 목 디스크, 손목 터널 증후군, 피부의 문제, 시력, 탈모 등 많은 사람이 한 군데 이상의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고 아프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 때도 있다. 


 나는 원래 어릴 때부터 체력이 좋지 않아서 20대에도 늘 골골대는 사람이었고, 치주염, 난청과 이명, 척추 측만증, 손목, 발목, 무릎 통증 등 어딘가는 아픈데가 늘 있어서 계속 병원에서 관리를 했다. 잇몸이 아파서 치과에 갔더니 매복되어 있는 사랑니 때문이라고 해서 4개를 모두 마취/수술로 발치하였고 그 후로도 잇몸이 아파서 갔더니 만성치주염이라고 하여 잇몸치료를 다 받았다. 치아 자체는 잘 썪지 않는데 잇몸이 약해서 잘 관리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한 번 하고 양치질을 엄청 열심히 해서 요즘에는 그래도 괜찮다. 난청과 이명 때문에 회복하려고 식단을 다 바꾸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열심히 쉬게 되었다. 척추와 목이 아파서 요가와 필라테스를 시작하여 꾸준히 시작하니 몸이 많이 건강해졌고, 무릎 통증도 못 고치는 줄 알고 포기했는데 얼마 전부터 정형외과에서 충격파 치료를 받으며 많이 호전되었다. 


  내가 느끼는 것은 아픈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몸이 신호를 줄 때 잘 관리하면 더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일찍부터 아픈 데가 많아서 관리도 20대 후반부터 시작할 수 있었는데 덕분에 생활 습관이 교정되어 30대에는 비교적 건강의 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4. 진로의 문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되는 곳으로 빨리 직장을 잡은 경우에는 간혹 만족하며 다니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또 많은 경우에는 그 직장이 자신이 정말 원하는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새롭게 탐색하며 새로운 곳으로 이직을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이직을 고민하지만 준비해야 할 것들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현재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직장을 다니기도 벅찬데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하려면 퇴근 이후의 시간에 마음껏 쉬거나 즐기지 못하고 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까지는 잘 다니고 있었다 하더라도 현재 직장에서 비전을 발견할 수 없거나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지 못한 아쉬움을 가지고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이든 이 시대는 한 직업으로 평생 살기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전환기를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격증이든 학위이든 각종 어학/기술 시험이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준비 과정이 너무 어려워 보여서 미리 포기하지는 말자. 막상 그 길에 들어서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결국 꿈을 이루어 낸 자신이 자랑스러워지는 날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차이는 시작을 하느냐 시작을 하지 않느냐 인 것 같다.


 이 외에도 관계(가족, 친구, 연인 등)의 문제, 현재 커뮤니티(동아리, 공동체 등)에 계속 머물 것인지에 대한 문제, 재정(집, 차)의 문제 등 상당히 많은 사안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찾아온다. 이 문제에 직면해 있는 그 순간에는 너무나 머리 아프고 심난하고 답답하다. 그렇지만, 계속 고민하고 조언도 구하고 책도 읽고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우리는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 걸림돌을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었을 때 비슷한 상황이 닥쳐도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게 된다. 대신 같은 문제로 힘들어 하는 누군가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으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조언도 해줄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성장하며 더 성숙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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