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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Apr 06. 2023

일상이 즐겁지 않을 때가 오면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

  오늘은 조금 우울한 마음이 들었다. 올해 직장 환경도 매우 만족스럽고 주변 관계도 다 만족스러워서 감사하고 기쁜 나날이었는데 감기 때문일지 고민하며 오랜 친구와 전화를 했다. 친구랑 통화를 하며 내린 결론 한 가지는 나의 삶에 새로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이사온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하고, 가구도 원하는 것으로 가성비를 생각하며 들였다. 늘 깨끗이 청소하며 아끼고 아끼며 소중하게 살고 있는 집. 예전에는 퇴근해서 집에만 와도 힐링이 되었는데 이제는 그런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 


  나는 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는 편이다. 주말에는 쉬어야지 여행을 다녀올 체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꽃놀이도 따로 가지 않고 집 근처 공원을 돌며 벚꽃을 보았다. 그래서일까. 여름 휴가 때 어디로 여행을 가면 좋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재정 상태상 너무 멀리도 다녀올 수 없고 내 체력이 너무 과한 여행은 버텨줄 것 같지 않아서 새로운 자극을 주면서도 저렴하고 힘들지 않게 다녀오고 싶다. 너무 완벽한 여행을 생각하고 있어서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일까. 여행은 원래 느낌대로 정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쉬려고 파도 소리 듣다가 내가 제주도에 가고 싶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초봄 주말 여행을 하려고 제주도 비행기 티켓을 샀다. 갑자기 필이 꽂혀 떠나는 여행만큼 만족스러운 것도 없을 것 같다. 전날 미리 도착하여 아무도 오지 않은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홀로 바람을 맞으며 그 웅장함과 거대함 속에 다소 움츠려들면서도 감격스러웠던 순간, 강릉 바다부채길을 걸으며 과거의 아픔을 커다란 파도 소리로 씻겨 냈던 시간, 제주도의 동서남북에서 지는 노을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며 즐거워했던 시간, 그 시간들이 그리운 것을 보니 나에게 여행이 필요한 시간이다.


  중학교 때 일본 여행을 한 번 가고는 방사능이 무서워 그 뒤로는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얼마 전, 원자력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지인에게 그 근처 가까이만 가지 않으면 방사능 걱정은 안 해도 되고 음식도 먹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름 신뢰가 가서 일본 여행이 너무 가고 싶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지인들에게 일본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가고 싶은 마음이 드나보다. 너무 멀지 않으면서도 낯설고 새로운 곳으로의 여름 여행, 이번에는 아마 일본이 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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