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는 목이 조금 불편한 느낌이 있었는데 감기에 안 걸리기에 안심하고 있었다. 안심하면서 주말에도 쉬지 않고 에너지를 사용했던 것 같다. 지난 주에 목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목감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증상이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약을 먹으며 감기 증상을 눌렀다. 주말이 다가올 수록 목 상태는 더 안 좋아지고 머리도 좀 아프고 목소리가 안 나오기 시작했다. 소금물로 헹구고 코세척도 하고 도라지 제품도 먹으면서 몸을 관리했다. 목이 다 낫고 괜찮아질쯤 코가 막히더니 콧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병원에 다시 가니 목감기의 후유증으로 콧물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약을 받아서 몇일째 먹고 있는데 처음에는 가만히 있어도 콧물이 줄줄 나오더니 이제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한 시간 지나면 콧물이 차 올라 코를 풀어줘야 한다. 나의 코는 콧물을 어쩌면 이렇게 잘 만들어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예전에 부비동염에 걸려서 고생했을 때가 떠올랐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어째든 불편하긴 하다.
정말 오랜만에 감기에 걸렸다. 코로나 때는 열이 나고 목이 아팠던 것이어서 콧물은 아니었고 이번 증상과 조금 다르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는 많이 돌아다니지도 못했고 약속도 없었고 자연스레 몸을 보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감기에 걸릴 일이 아예 없었다. 이제는 많은 것들이 예전과 비슷해지면서 일도 많고 만남도 잦아지고 사람들도 감기에 정말 많이 걸려서 옮기도 쉽다.
이번에 느낀 점은 내가 조금 건강한 것 같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감기에 걸렸다고 할 때 나는 괜찮았어서 안심했는데 1주일 후에 내가 그렇게 걸렸다. 사람들이 감기가 오래 간다고 해서 몸에 좋은 것들을 해주면 금방 낫지 않을까, 왜 빨리 안 나을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정말 도라지를 먹고 영양제도 같이 먹고 밥도 잘 먹는데도 1주일도 넘게 가고 생각보다 완전히 깨끗이 낫지 않고 있다. 아직 코맹맹이 소리로 지내며 언제 완전히 나을지 감이 안 온다.
이번에 내가 감기에 걸린 이유는 주중에도 주말에도 너무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무언인가 기여할 수 있는 게 기쁘고 행복해서 통화도 많이 하고 여러 상황에서 대화도 많이 했다. 몸을 충분히 쉬는 시간을 주말에도 거의 갖지 못했다. 계속 청소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공부를 하면서 바쁘게 지냈던 것 같다. 이번에 감기에 걸린 덕분에 지난 주말에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 다음 환절기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정말 컨디션 관리에 유의하려고 한다. 충분히 틈틈이 쉬면서 목이 아프지 않도록 말도 너무 많이 하지 않고 도라지나 작두콩 같은 것도 미리미리 챙겨 먹을 것이다.
감기가 주는 교훈은 지금 몸이 무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사용을 좀 더 낮추며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감기에게 오히려 고마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