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회화도 공부다. 머릿속에 든 게 없는데 아무리 입으로 뱉어보려고 해도 제대로 된 말이 튀어나올 리가 없다. 하나로 귀결되지만 결국 영어는 얼마나 많은 인풋을 넣느냐의 싸움인 것이다. 나는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강의를 해 보면서 꽤 많은 케이스를 보았다. 그리고 내가 본 최악의 케이스는 말도 안 되는 영어를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발음까지 그럴 듯(한국인들이 듣기에 그럴듯하다는 것) 하면 많이들 속는 것 같다. 프리토킹을 통해 아무 말이든 일단 계속 뱉어 버릇했으니 나쁜 습관을 고칠 겨를도 없이 굳어졌을 것이고 스스로 말은 계속하고 있으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 귀에는 그냥 외계어를 빨리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프리토킹이 유의미한 경우는 나의 영어가 잘 갖춰졌을 때 원어민과 함께 진행하면서 틀린 부분을 교정받는 것이다. 기본도 되어 있지 않은 영어는 원어민도 고쳐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단어 하나하나마다 끊고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반쯤은 포기하게 된다. 꼭 틀리지 않았으면 하는 큼직큼직한 것만 이야기해 줄 뿐이다. 그리고 지적을 받는다고 해도 다 기억에 남지 않는다. 어차피 몰라서 틀렸던 것이기 때문에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되면 또 틀린다. 원어민의 말을 들으면 흡수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하루 종일 영어 방송을 틀어놓는다고 해서 모르는 표현이 갑자기 머릿속에 각인되지는 않는다. 그 말을 모르는 이상 그냥 '영어로구나'하고 스쳐 지나갈 뿐이다.
다행히 나는 잘못된 영어를 하거나 나쁜 습관이 보이면 바로 극대노하시는 교수님과 스터디 파트너를 둔 탓에 감히 모르는 말을 당당하게 할 엄두는 내지 않았다. 잠시 첨언하자면 통역에서 나쁜 습관이라 함은 필러(well, you know 등)나 백트래킹 등을 말한다. 실제 회화에서도 고치는 것이 좋다. 심한 경우 말의 반이 you know인 사람도 보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영어 회화를 잘할 수 있을까?
먼저 '나는 뜻만 통하면 상관없어'라고 생각한다면 나의 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종종 영어가 뜻만 통하면 됐지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는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존중하지만 영어 회화 실력을 늘리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례로 외국에 가서 주문을 할 때에도 '이거, one. 나 한국 Korea'라고 해도 '이거 하나 주세요.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라고 다 알아듣기는 하니까. 공부가 전혀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 회화를 잘하고 싶다면 나는 반복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어는 암기이고 단순히 단어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콜로케이션 위주로 암기해야 한다. 짧은 문장이라면 통으로 외우는 것도 좋다. 내가 말하는 암기란 보면 무슨 말인지 아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소위 툭 쳐도 바로 튀어나올 만큼 반복해서 암기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 들으면 아는데. 그렇게 쉬운 말을 왜 못 했지?'라고 한다. 결국 스스로 숙달이 부족한 것이다. 나는 회화 공부를 따로 하지는 않았지만 통역 훈련이 큰 도움이 되었다. 동시통역이야말로 타이밍 싸움이고 그 순간 곧바로 떠오르지 않으면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끝나고 '아 그건 이렇게 말하면 되는데'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게 아니다. 흔히 그렇다. 하지만 내가 그 순간 생각나지 않았다는 것은 모르는 것이라고 치부한다. 회화도 마찬가지이다. 대화를 할 때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조립하고 있으면 당연히 타이밍은 지나간다. 나중에 곱씹어 보면 '이렇게 말할걸'하고 후회하게 된다. 그럼 그냥 나는 이 표현을 모르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더욱 반복해서 공부하면 된다.
또 말을 중언부언하기보다는 타동사 중심의 문장을, 짧게 구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좋다. 내 말에 마침표를 찍어줘야 한다. 긴장해서 한 문장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나쁜 버릇이다. 불안한 마음은 알지만 주어-동사-목적어-마침표 순으로 문장을 마무리해버릇 해야 한다. 그래야 문장의 오류도 줄어들고 듣기도 편해진다. 문장은 짧게 만들되 연결에 신경을 쓰는 것이 더 좋다.
구두로 암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터디를 할 때 매 회 분량을 정해서 통암기를 하고 구두로 암기 시험을 보았는데 입에 붙을 때까지 중얼거리면서 암기해야만 시험을 볼 때 생각이 났다. 눈으로만 보던 표현을 입으로 내뱉었을 때 어색하게 느껴져서는 안 된다. 반드시 최소 수십 번 말로 반복해야만 입에 붙는다. 그렇게 입에 붙으면 생각을 거치지 않고도 바로 튀어나오게 된다. 뉴스, 애니메이션, 미드, 테드, 연설문, 개인적으로는 칼럼도 외웠다(그래도 듣기 파일이 있는 것이 좋다). 공부하다가 잘 안 와닿는다 싶으면 그냥 말로 다 외워버렸다. 여러 종류 가리지 않고 외웠던 것 같다. 물론 암기하는 데 오래 걸렸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반 페이지 분량으로 암기했는데 최소 한 시간은 중얼거려야 외워졌다. 하지만 하다 보면 암기하는데 드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시중에 좋은 책도 많이 있고 인터넷 자료도 방대하니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많은 분량을 커버할 필요는 없겠지만 조금씩 꾸준히 반복해서 암기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세연 한영 MC·아나운서
국제회의 통역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용과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달하는 한영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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