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공부 자료를 찾다 보면 방대한 종류와 양에 놀라게 된다. 서점에 가도 외국어 코너에는 다양한 종류의 영어 서적이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자료를 골라야 할지 막막한 것이 당연한데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텍스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영어 공부를 하는 목적이다. 사람마다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영어 공부를 한다. 누군가는 해외여행에 가서 외국인을 만났을 때 간단한 영어 회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 실력을 향상하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나처럼 국제회의통역사의 꿈을 가지고 영어 공부를 한다. 자신이 왜 영어를 공부하는지를 분명히 하고 그에 맞는 텍스트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언어는 너무나도 방대하다. 한국어만 보더라도 스스로가 한국어 원어민인 셈이지만 내 한국어가 어느 정도로 훌륭한지를 따져보면 사실 부끄러운 수준이다. 내가 모르는 단어나 표현도 많고, 문장 구성 능력이나 글쓰기 능력도 훌륭하다고 자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원어민이기 때문에 감으로 다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통번역을 하면서, 또 강의를 하면서 사람마다 한국어에 느끼는 감이 다 다르다는 것도 발견했다. 일례로 누군가는 A라는 한국어 표현을 보고 '들어본 적이 없는 표현이다, 어색하다'라고 생각하고 다른 누군가는 동일한 표현을 보고 '익숙하다. 자연스러워 보인다'라고 느끼는 식이다. 스스로도 어떤 표현을 보고 '이상하다'라고 생각하여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그 표현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깜짝 놀란 적이 많았다. 이러한 이유로 영어를 공부할 때에 단순히 '영어만 잘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은 접근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물론 영어만 잘하면 다 된다. 그게 안 돼서 그렇지..).
개인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내가 가졌던 목표는 '인문학적인 평이한 내용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일상 대화나 영어 속어 등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보면 된다. 그저 교육을 받은 외국인으로서 최대한 깔끔하고 간단하게 이야기하면서 줄일 수 있는 문법 등의 실수는 최소화하고자 했다. 공부 자료는 여러 가지 인문학 주제나 시사 주제를 아우르는 칼럼, 기사 등으로 구성했다. 다양한 주제를 접하고 그에 맞는 표현을 암기하는 것이 필수적이어서 다루지 않았던 주제를 발견하면 꼭 정리해놓으려고 했다. 물론 통암기 자료로 미드나 영화를 암기한 적도 있지만 부차적인 것에 그쳤고 내가 공부하는 자료의 90% 이상은 영어권 언론사의 글이었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맞게 공부의 초점을 좁혔기에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부분을 메꿔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때문에 내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을 어느 정도 메꾼 후 또 다른 부분을 메꾸고, 이후에도 또 다른 부분을 메꾸는 식으로 우선순위에 따라 공부한 것이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텍스트의 난이도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 할 말이 많은 편인데 내가 생각하기에 영어공부를 해도 영어가 늘지 않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텍스트 난이도 설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앞선 글에서 말했듯 한국 영어 교육은 '대충 객관식 답을 맞힐 수 있을 만큼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된다'라는 식이다. 여기서부터 모든 학습과정, 교내 시험, 수능 시험이 파생된다. 난이도를 높이고 싶으면 '대충 맞출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한 글을 가져다 놓는다. 거의 암호 해독 수준의 글을 주고 객관식 답을 맞히기 어렵게 해 놓으면 난이도가 높은 문제라고 생각하니 각종 이상한(누구도 사용하지 않을 법한) 단어, 말장난, 쓸데없이 복잡하기만 한 문장 구조가 가득하다. 이러한 교육 제도 하에서 평생 영어 공부를 해왔으니 무조건 '어려운 텍스트'에만 집착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분명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이해했다'라고 우기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해는 된다. '객관식 답을 맞힐 수 있을 만큼'은 이해했을 것이다.
어려운 텍스트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조사하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젊은 세대는 이해도 못 하는 한자어로 가득한 사설이나 논문을 가지고 공부하는 꼴이다. 과장이 아닌 것이 영어의 기본인 관사도 올바르게 사용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데 다들 영어권에서 가장 어렵다는 언론사의 글만 찾아보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굉장한 난이도의 영어를 공부하고 있으니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고 착각한다. 또 서로 불안감을 조성한다. 어느 누구는 뭘 본다더라 하면 적합한 텍스트를 가지고 공부하다가도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고 더 어려운 텍스트를 찾아 헤매게 된다.
다시금 말하지만 영어는 언어이지 암호해독이 아니다. 사람들이 쓰는 말을 써야지 어려운 말을 쓴다고 감명받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각자가 할 일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간단하고 평이한 말을 최대한 숙지하는 것이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드는 만만찮은 작업이다. 나에게 맞는 텍스트의 난이도를 고르는 방법은 간단하다. 한국말로 주어졌을 때 이 정도 영어로 쓸 수 있는지 자문해 보면 답이 나온다. 장담하건대 아이들이 보는 영어책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자문해도 답은 '아니요'일 것이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 부끄러워하거나 당황할 필요도 없다. 앞서 말했듯 아웃풋을 내는 공부를 해보지 않은 한국인들에게는 당연한 결과다. 요는 '내가 이 글을 보고 이해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느냐'라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그리고 자신이 목표하는 부분에 맞게 목표를 좁히는 것. 여기서부터가 출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세연 한영 MC·아나운서
국제회의 통역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용과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달하는 한영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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