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대학원에 가겠다는 마음을 먹긴 먹었는데 사실 막막하기만 했다. 영어를 너무 못하다 보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당시 우리 학과에는 통대 준비를 위한 입시반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학과장 교수님께서 직접 강의를 해 주셨다. 졸업생이었지만 교수님께 부탁하여 청강을 하기로 했다. 개별 면담도 진행했다. 타동사에 대한 것도 교수님께 배운 것이다.
교수님께서는 수업 시간 내내 active verb, 즉 타동사에 대한 강조를 많이 하셨다. 문장을 구성할 때 타동사 위주로 구성하도록 지도하셨고 영어에서의 동사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언급하셨다.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영어는 동사 중심의 언어, 한국어는 명사 중심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언어적인 차이 때문에 한국인이 머릿속에서 한국어로 생각하고 이를 그대로 영어로 옮기면 한국식 영어가 되고 만다. 한국어는 한자 사용도 많고 많은 명제를 한 문장 안에 짧게 잔뜩 넣을 수 있는 반면 영어는 문장 안에 명제가 한국어처럼 많으면 잘 읽히지 않는다. 명사 위주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명사를 길게 나열해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동사로 의미를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얼마나 다양한 동사를 구사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좋은 동사를 많이 알아 두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이 간단하면서 명료하게 원하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타동사라는 것은 목적어가 있는 동사를 의미하는데 주로 같이 쓰이는 타동사와 목적어의 짝을 콜로케이션이라고 한다. 이 콜로케이션을 알아두면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매우 간단해진다. 주어-동사-목적어로 구성하면 되는데 동사-목적어를 아니 주어만 정하면 된다. 물론 처음에는 같이 쓰이는 주어-동사도 몰랐기 때문에 그것까지 같이 암기했다.
타동사를 쓸 때는 수동태로 쓰지 않고 능동태로 사용하도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는 언제나 행위를 할 수 있는 주체, 사람이나 국가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지금은 수동태도 사용하고 긴 명사구도 사용하지만 어디까지나 먼 미래의 일이고 나는 이 원칙을 오랫동안 고수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교수님께서 나에게 추천해주신 방법은 타동사만 따로 정리하는 것이었다. 영어 지문을 읽고 모든 타동사에 밑줄을 긋고 노트에 번호를 매겨가며 지문에 쓰인 한국어 뜻과 함께 정리를 했다. 지문에 나오는 용례도 같이 적었다. 얇은 노트 한 권에 약 300개 정도의 타동사를 정리할 수 있었는데 이 노트 정리를 두 권정도 했다. 물론 겹치는 단어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정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아주 쉬운 단어도 무조건 정리했다. 오히려 너무 어려운 단어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사용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리는 하되 영어로 봤을 때 무슨 뜻인지 아는 정도로 넘어가고 내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단어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암기까지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리만 했다.
이 방법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런 식으로 노트 한 권을 정리하자 영어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흘려보냈던 동사들을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고 세상에 이렇게 좋은 동사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장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공부 방향에 대해서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도, 또 그리 오래 할 필요도 없다. 한두 권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세연 한영 MC·아나운서
국제회의 통역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용과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달하는 한영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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