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우울증은 우울증 인지도 모르게 찾아왔던 기억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 우울증이란 과연 어떤 일일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우울감이라던지, 아무것도 하기 싫다던지, 심지어는 살기 싫다던지.
사람마다 그 우울의 정도나 감각은 다르겠지만, 어떤 생각을 했거나 간에 공통점은 하나다.
무언가 트리거가 당겨져서 쾅, 하듯이 오는 것이 아니라,
프레스기에 눌려가는 걸 알면서도 정지버튼을 누르지 못해 천천히 나 스스로 짓눌려 가는 것.
아, 그런데 정지버튼이 있고 없고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내가 수많은 버튼들 중 어떤 게 정지버튼인지 모르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 버튼을 내가 누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까.
나에게 우울증은, 그렇게 천천히 다가왔다.
내가 요즘 많이 우울한가? 라던지, 요즘은 많이 지치고 어려워서 짜증이 난다던지 하는 자각조차 없었다.
나중에 우울증을 다 극복하고 나서 알게 된 일이지만, 돌이켜보면 몇몇 증상들은 조금씩 나타났던 것 같다.
쓰레기장 수준의 방이라던가, 잘 씻지 않게 된다던가.
감지 않은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은, 때마침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것을 방패막이 삼아
더욱 덥수룩해지기 바빴고, 그만큼 나의 우울은 나도 모르는 사이 더 짙어져 갔다.
드문드문 시작돼서, 어느새 내 턱을 덮어가는 내 수염처럼.
나의 이런 우울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여기에서 그 모든 것을 다 기록하고 싶진 않다.
그건 아마 내가 따로 더 자세하고 진솔하게 쓰고 싶다는 내 마음의 소리와 더불어서,
여기에선 오롯이 나의 우울과 그 진행에 대해서만 쓰고 싶기 때문이다.
여하튼, 12월의 초겨울 어느 추운 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에고, 죽겠다." 라던지, "이러다가 죽겠다"는 그 흔한 미사여구가 아니었다.
살면서 나도 나름대로 굴곡진(?) 인생을 살아왔지만, 이러한 느낌을 느끼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의 저 죽고 싶다는 생각은, 나의 힘든 상황에 대한 불만의 표출, 그 정도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
지옥 같은 출근길, 계속되는 인격모독과 투명인간 취급.
그 모든 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아주 착실하고도 확실한, 나의 삶의 포기 선언이었다.
그러한 것을 포착하고 생각해 내는 과정은 전혀 없었고,
그 과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것을 알아차리고 대처하기엔 그 생각은 불가항력적인 힘과 같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스스로 나를 포기해 버리는 것.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지옥 같은 부대생활에서도 나의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었다.
동료들 중 한 명은, 이러한 나의 이상징후(?)를 포착하고, 나를 도와주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나를 도와주었다.
물론 대다수의 도움들은 내가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나서 알게 되었지만, 그때로썬 천운이었다.
그렇게, 내가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심리상담"이었다.
나를 그렇게나 괴롭히던 지휘관의 강력한 지시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그 지휘관은 나의 죽음이 자신의 군 생활에 미칠 영향을 생각했는지
그 이후로는 거의 나를 투명인간 취급했지만, 나의 고통은 계속되었다.
어찌 되었건, 나는 첫 상담을 받기 위해 상담관실로 향했다.
마음속 깊이, "상담"이라는 것에 대한 강한 불신과 모멸을 품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