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상담 : 불쾌감을 느껴라, 그리고 직시해라.

불쾌감을 포함, 나의 모든 감정을 직시하고 생각하기

by 김휘찬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서 였을까, 사실 첫 번째 상담을 하고 나서의 기분은 뭔가 엄청 좋아졌다거나, 그래도 기분이 울적해진 것이 나아졌다거나 하는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울증이 모두 지나간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아마 첫 상담에서 내가 살아온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다시 마주하게 된 내 과거로 인한 불쾌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렇기에, 상담을 받으면서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울뿐만 아니라, 오히려 좋은 상담을 받고 있다는 신호이다. 결국 현재 나의 마음상태와 감정을 직시하지 못하고, "또 내 잘못이지 뭐"라는 가장 간단한 길로 내 감정을 정리하려는 것이 우울증이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나의 과거와 사건들을 다시 재구성하여 상담하고, 그것에 대한 잔인한 (그러나 효과적인!)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의 불편한 감정들은, 극복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의 진입이기에 더욱 그렇다.




첫 번째 상담에서, 내가 무슨말을 했는지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정도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상담사님은 웃는 얼굴로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었고, 그 얼굴 하나 때문에 나는 더 힘을 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할 수 있었다.


나의 부대생활에서 나를 괴롭히는 사건, 그리고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감정을 컨트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계속해서 상담으로 이끌어 주는 것은 딱 한가지 뿐이었다.


누군가가 내 말을 들어준다, 그것만으로도 상담을 받을 이유는 충분했다.


첫번째 상담이 끝난 후, 불쾌감과 더불어서 든 생각은 "다음 상담때는 어떤 이야기를 하지?" 같은 내용의 고민들이었다. 가족 이야기? 아니면 부대 이야기? 나의 우울감에 대한 근원적인 부분은 무엇일까? 말하고 싶은 것, 그리고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잔뜩 생겨났다.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2011) 라는 제목의 일본 영화가 있었다. 일본의 유명배우 사카이 마사토가 주연이었는데, 여기에서 우울증에 걸려버린 30대 남편의 모습을 연기했다. 극 중에서 그는 매우 이타적인 사람이고, 자신의 할 일에 대해서도 열심인 사람이다. 특히 집에서 쉬고 있는 와이프를 위해서 매일 아침 아침밥을 차려두고 나가는 모습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자고 있는 와이프에게 다가온다. 우물쭈물, 엉거주춤 그 옆에 앉아서 말을 할지말지 고민한다. 그러던 그가 조심스럽게 내뱉은 한 마디.


"나 갑자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영화의 저 장면(그리고 뒤 이은 우울증 내용들도 있겠지만)에서 많은 우울증 환자가, 그리고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들 모두 과거의 기억 때문에 영화를 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전문용어로 트리거? 라고 했던 것 같다)


아, 나 뿐만이 아니었구나. 힘든 과거를 돌이키면 다시 힘들어지고 우울해지는 그런 느낌은. 그렇기에 그런 답답함과 불쾌감도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혹여 우울한 당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상담을 하게되면 자신의 불쾌감과 먼저 만나게 될텐데, 그때에는 꼭 그 감정과 직시하고 느껴보고 오라고. 내가 왜 우울한지, 아니면 나의 우울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답은 그 불쾌감이 어떤 방법으로든 알려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