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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휘찬 Sep 27. 2023

대한민국의 망국병 - 발악적인 정치병자들

모든 것을 정치성향과 연결시키는 무리들

  최근 들어서 뉴스, 그것도 특히나 정치/사회면을 보면 답답함을 느끼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는 비단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 이외의 다른 문제로 인한 것들인데, 대다수 그것들은 인터넷 댓글에서 비롯된 정치병자들의 신들린 악플과 편 가르기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이자 폐악은,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자신과 정치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프레임을 만들고 씌워 그 프레임 안에 가둔 채로 일격직타를 날린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사안을 예로 들게 되어 매우 가슴이 아프다만, 최근의 오염수 방류문제나 해병대 수사외압 논란, 홍범도 장군 논란, 심지어는 최근의 '국군의 날'행사에서의 여러 정치병 증상들이 보이는 통에 참 복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었다. 


  가장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에 대한 문제이다. 이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나 내 개인적인 의견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사건은 이미 정치쟁점화되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사회의 고름덩어리가 되어버렸다. 해병대의 편을 드는 자는 무조건 민주당 계열의 좌익성향일 것이라는 부분이 그렇고, 국방부의 편을 드는 자는 무조건 국민의힘 계열의 우익성향이라고 생기는 프레임들이 대충 그렇다.

  개인적인 성향을 밝혀서 조금 부담이 되지만, 필자는 10년간 육군 장교로서 군 복무를 해왔으며, 또한 이러한 장교의 길을 선택함에 있어 조금은 철 지난 '애국심'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미리 밝히지 않을 수 없겠다. 그렇기에 오히려 북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는 편이며, 북한 정권과 김정은 일가에 대해서는 정말 정말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적개심을 가질 정도의 군인정신도 아직 남아있는 편이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을 바라보면서, 참 많은 부분에서 답답함을 느꼈고, 모 방송사의 유튜브 방송에 댓글을 남겼다. 그것은 내가 OO 사령부에서 근무할 때 당시 내 지휘관이었던 대대장의 불법적인 행위를 꼬집는 것이었고, 군대의 특성상 수사나 조사단계에서 지휘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기에 그러한 사건의 당사자로서 답답함을 토로한 댓글이었다.


  많은 분들이 나의 사건을 보고 응원과 격려의 댓글을 달아주셨으나, 몇몇 분들은 나를 비방하거나 심지어 나의 가정사까지 들먹이면서 나를 모욕했다. 하지만 그런 것쯤은 감내했다. 세상만사가 뭐 전부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또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충분히 존중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폈다는 이유만으로, 어마어마한 논리적인 비약을 넘어서 나에게 빨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미 논리적인 사고를 멈추고, 해병대의 편을 들어? -> 정부를 공격해 -> 북한 빨갱이냐?라는 무적의 3단 논법으로 나를 공격했다. 이러한 공격에 내가 대응할 수 없었던 것은, 이미 정론에서 벗어난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인 여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논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조사할 것은 조사하면 되는 것을,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빨갱이가 되었다. 


  글을 여기에서 마무리하면, 정말 넌 좌익 빨갱이냐,라고 말씀하실 분들이 분명히 있으실 수도 있기에, 또 다른 예를 하나 들려고 한다. 9월 26일 어제 있었던 국군의 날 행사 실시간 댓글을 보고 있었는데, 이번 정부가 보수 정부이고 독재 정부이기 때문에, 역시나 이런 시가행진을 열었다는 것이었다. 시가행진은 독재정권이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전유물이라는 것이다. 이후로도 그는 열성적인 태도로 이번 정부를 비난했다. 


  2003년,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굉장히 큰 규모로 시가행진을 열었다. 저 정치병 환자의 말과 논리를 빌리자면, 시가행진을 주도한 노무현 정부는 보수정부이고 독재정부인 것인가? 


  현대 정치에 있어서, 물론 정치세력의 스펙트럼에 따라서 정책적인 기조라던가, 성향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성향과 기조의 차별점이야 말로 정치의 특성이자, 그 차별점을 서로 좁혀나가는 대화와 타협, 조정의 과정이야말로 정치의 백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에선 이러한 '정치'를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

그저 사안마다,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요설로 가득한 정치권과, 그에 편승해서 무지성으로 정치병에 걸려버린 대중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정치병에서 깨어나야만,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되는 것이 아닐까.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가 했다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그만큼이나 유명한 격언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는 죽기까지 싸우겠다."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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