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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휘찬 Dec 10. 2023

수많은 글이 올라온다. 그런데 아무도 읽지 않는다.

인터넷에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전역을 결심한 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으레 전역한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나가서 뭘 해 먹고살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참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시 나를 괴롭혔다. 세상에는 "내가 도대체 뭘 좋아하는지,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고민을 가진 사람도 괴롭겠지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분명히 알겠는데, 그걸로 어떻게 밥을 벌어먹고 살지 모르겠어요!" 하는 고민도 상당히 괴롭다. 특히, 그 좋아하는 게 역사나 공부처럼 진짜 밥벌이에 실용적인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분야라면 더더욱.

좀 늦었지만, 최근 들어서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 도구리. 진짜 저 말대로 나는 앞으로 우째 살아야하지...?

  물론, 전자의 사람들은 배부른 고민이라고 날 선 비판을 할지도 모르겠다. 너는 그래도 하고 싶은 게 분명해서 좋겠다느니, 너는 목표라도 분명하다느니, 그런 이야기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실 좋아하는 게 분명한 것도 많이 힘이 드는 일이다. (그러나 경험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너"보다 훨씬 힘들고 괴롭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을 즐겨하는 바, 그냥 논쟁을 안 할 뿐이다.)


  잠깐 흥분해서 이야기가 샜는데, 다시 돌아오자. 그래, 나는 결국 전역하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무턱대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글을 쓰고, 역사 영상을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그런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에는 주로 맛집, 카페, 언박싱 리뷰 등을 쓰고 있고, 인스타와 유튜브는 철저하게 역사 콘텐츠 위주로 올리고 있다. 그리고 브런치는 그런 가운데에서 역사이야기도, 그리고 내 개인이야기도 올리면서.


  그런데 요즘 들어 글 쓰기에 많은 회의감이 몰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브런치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글들이 올라오는 글들은 많은데, 많이 읽히거나 댓글이 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무언가 작가들의 소통의 장이라기보다는,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글들이 서로 봐달라고 아우성치지만, 결국 좋아요만 빠르게 눌린 뒤 다음 페이지로 사라져 버리는 그런 느낌이 들기 시작하니 뭔가 글을 쓰는 것의 흥미가 사라져 버렸다. 


  물론, 글을 쓰면서 댓글이 많이 달리거나 많은 소통이 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그냥 나 혼자서 여러 가지 글들을 올리면서, 나의 기록을 모으고 "나"라는 사람의 포트폴리오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막상 글의 홍수 속에서 조회수는 0인데, 좋아요는 4개가 찍히는 상황에서 참으로 글쓰기가 마케팅, 홍보의 수단으로만 보이는 세태를 내가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라는 문제에 직면한 것일 뿐이다.

나의 타 사이트 블로그의 모습. 조회수는 0인데, 좋아요는 4개. 그나마 대부분 병원이나 업체의 홍보용 블로그들이다.

  물론, 이런 세태가 뭐 망국적이니 어쩌니, 물질주의의 온상이니 하는 그런 선비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이렇게나 넓고 넓은 인터넷 세상에서, 이제는 '글'마저도 홍보와 마케팅의 폭포수에 휩쓸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갑자기 발작처럼 버튼이 눌렸을 뿐이다. 


그냥, 글을 쓰면서 살고 싶었던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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