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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스토리 Mar 10. 2023

회의는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리가 아니다.

"회의"문화에서 느낄 수 있는 조직생활의 한계점

  내가 군 생활을 하면서 장교로서 가장 많은 역할을 한 것이 무엇일까, 하면 가장 높은 순위로 나올것들 중  아마 "회의"를 빼놓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훈련 전 회의는 기본이고, 심지어 "그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준비회의가 있을 정도로, 나의 군생활에서는 "회의"가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는데, 이것을 본 나는 피터 드러커가 대한민국의 회의 문화를 겨냥해서 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군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명언들을 들어왔던 나였지만, 이 명언만큼 뼈에 사무치도록 깊은 공감이 된 명언을 꼽기는 굉장히 어려웠다. 


"회의는 나쁜 조직의 징후다. 회의는 없을수록 좋다."



  분명, 조직관리와 경영에 있어서 회의가 완전히 배제될순 없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수많은 예하조직들과 구성원들에게 목표를 제시하고, 그 제시방향과 방법에 있어서 추진동력과 더불어 효율적인 업무분담을 위해서라도 회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여러 방안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 통제하여 최고의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집단지성"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해볼수 있겠다. 그러나, 내가 겪은 군대의 회의는 대부분 효율성과는 거리가 매우 멀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장 참기 힘들었던 것은, 수많은 회의를 하면서도 도대체 "왜 회의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결여된 조직이었다는 점이었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그 회의가 ""필요한지, "누구"를 대상으로 할지를 정하고, 어떠한 "기대효과"를 기대하는지를 정해야한다. 이러한 것들을 사전에 고민하지 않는 회의는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아니, 차라리 시간낭비만 하면 다행인것이, 이러한 무의미한 회의를 "단순반복"하는 과정에서 회의의 주관자는 마치 자신이 "수많은 회의와 의견조율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내는 소통하는 리더"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착각은 더욱 확고해져서, 자신이 무의미한 회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채 또다른 회의를 양산해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회의는 어떤 식으로 소집하고 진행해야하는가? 나의 짧은 경험에 나의 사견을 덧붙이자면, 먼저 회의를 시작하기 전 "왜" 이 회의가 필요한지에 대한 "목적"을 제시해야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회의 참가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주게되고 이는 회의시간의 단축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여러 논리들이 건강하게 충돌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줄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회의의 종료시간을 반드시 명시하고, 그 시간이 되면 결론이 났는가의 유무와는 별도로 무조건 "그" 회의는 종결되어야한다. 회의종료시간이 다가오면, 지금까지 제시된 의견과 그에 대한 장단점, 그리고 현실가능성 등에 대해 정리를 한 뒤, 종료해야한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끝장토론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어, 결론이 없는 회의는 안하니만 못하다는 생각들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끝장토론은 생각보다 좋은 방법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회의는 절대 "궁금증 해소"의 자리가 아니다. 이 논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이전에 그 회의의 목적과 내용, 자신의 논리와 근거를 준비해가야 할 "참석자"는 물론, 오히려 회의의 "주관자"에게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할 논리이다. 


  내가 같이 근무한 모 대대장은 회의를 정말 좋아했는데, 회의의 내용과 성격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거의 모든 장교들을 소집하는데다, 회의의 목적과 기대효과를 생각지않고 소집하는 성급함까지 겸비해 여간 힘든것이 아니었다. 특히, 그때 당시에 있었던 대다수의 회의는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확인하는것이 아닌, 대대장의 "궁금증 해소"의 시간이었다. 이건 왜 이렇게 하는지, 저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참모들은 그것에 대한 답변을 하는것에 급급할 뿐이었다. 그것은 더이상 회의가 아니라 상황보고에 불과했던것이다.




회의는, 준비된 사람들끼리 모여 해당 이슈에 대한 의견 교환과 조율의 시간이다.

회의는 주관자의 "궁금증 해소"의 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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