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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휘찬 Mar 28. 2024

전역을 했다. 민원문의를 했다. 나쁜 놈이 되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최근, 10년 간 복무했던 육군을 떠나 비로소 자연인(?)이 되었다. 육군 대위 아무개에서, 아무것도 아닌 개인 아무개가 된 것은 후련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매우 두렵기도 한 일이었다.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더 이상 조직의 후광을 받지 못한다는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SNS로 '전역장'을 받은 동기를 보았다. 내용인 즉, 10년 이상 복무한 장기복무 간부에게는 국방부 장관의 직인이 찍힌 전역장이 수여된다는 것이었다. 군생활의 마무리 신고도 못한 나로서는, 굉장히 궁금하기도 하고 아무 안내도 없었던 부대에 대한 서운함도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게다가 전역증조차 없었던지라, 관련한 내용을 국민신문고의 민원창구를 통해 문의하였다. 전역을 이미 해버렸는데, 전역장과 증은 어떻게 하면 수령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향후 후배들에겐 이런 사항들이 조금 안내되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글에 녹여내었다. 게다가 관사퇴거 관련하여, 조금 더 퇴거일정 등에 대한 안내를 해주면 좋았겠다는 발전사항도 포함하여.




  민원을 넣은 지 2 ~ 3일이 지난 어느 날, 예전 부대의 인사담당관에게 카톡이 왔다. 카톡에서는 아무런 인사치레라던가 그 어떤 내용도 없이, 딱 다음 아래의 내용만이 쓰여있었다.


1. 공무원증 반납
2. 영문이름
3. 국인체 사진 써도 되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사진을 원하시면 카톡으로 보내주세요

  

  무슨 설명도 없이 딱 이렇게만 카톡을 보낸 것이다. 그의 "빡침"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네가 올린 거 알고 있고, 전역증이 필요하면 이 정보를 나한테 보내라'라는 느낌이었다. 




  나도 군 선배님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했다. 원래 전역자에 대해서는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전역업무를 처리하게 되어있다. 인사 / 작전 / 군수 / 정보 등의 각 계통별로, 인사는 희망송금이나 관사퇴거를, 정보에서는 각종 보안 관련 서약서 작성과 공무원증 반납등을 진행한다. (공무원증 반납은 인사였나 헷갈리기도?)

  그런데 사실, 아무런 안내도, 심지어 신고 등의 일정도 없었던 부대가, 민원이 들어왔다고 해서 저렇게 카톡을 보낸다는 것이 나의 감정을 자극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예전 같으면 우다다 쏘아붙일까도 생각했지만, 군문을 떠나서였는지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참, 군은 지적을 받는 것에 대해서 정말이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집단이구나, 했다. 


  물론, 나도 군생활을 하는 동안 지적을 받는 것에 대해 기분이 안 나빴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상급부대에서 규정, 혹은 논리적인 이유로 지적을 했을 때엔 나의 기분과 실무를 분리해서 생각하려는 노력을 해왔었다. (부대 내 계셨던 민간 상담사님의 도움이 매우 컸다.)


  너무나 오래되어서 진부한 말이 되어버린 문장이지만, 정말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되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하루였다. 그리고, 저 조직에서 저렇게 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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