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 -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병실
오래된 영화 병원은 서울 외곽에 단순히 서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도시의 외로움을 먹고사는 거대한 콘크리트 기생충처럼, 검게 그을린 기초로 땅을 파고들고 있었습니다. 그곳의 창문들은 석양을 비추지 않고 삼켜버렸으며, 도시가 네온사인 불빛에 잠겨들 때조차 죽은 듯한 회색빛을 유지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영화 병원은 '죽은'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밤이면 녹슨 대문 앞으로 번호판 없는 차들이 미끄러져 들어왔죠.
그날 밤 비는 내리는 정도가 아니라, 걸쭉하고 차가운 점액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소연 씨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고, 유리창에 맺힌 그녀의 숨결마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보았습니다. 손가락들은 창백했고, 거의 투명했습니다. 조금만 더 힘주어 쥐면 뼈가 회색 재로 부서질 것만 같았죠.
— 도착했습니다, — 운전사의 목소리는 뼈를 긁는 금속 소리 같았습니다. 그는 백미러를 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차 안의 거울들은 모두 검은색 절연 테이프로 가려져 있었으니까요.
소연 씨는 끈적한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병원은 염소 소독제, 포름알데히드, 그리고… 날고기 냄새가 뒤섞인, 잊을 수 없는 냄새로 그녀를 맞이했습니다. 입구에서는 한 위생병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기이할 정도로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마치 피부가 두개골에 너무 팽팽하게 땅겨져 있어 표정을 지을 여지조차 없는 듯 보였죠.
— 4층입니다, — 그가 엘리베이터를 가리키며 속삭였습니다. — 서두르세요. 당신의 시간은 당신의 몸보다 더 빨리 사라지고 있으니.
엘리베이터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층마다 천장의 전등이 깜빡였고, 그 순간의 어둠 속에서 소연 씨는 등 뒤에서 누군가 힘들게, 헐떡이며 숨 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녀는 급히 돌아섰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이 다시 켜졌을 때, 그녀는 무광택 강철 엘리베이터 문에 손자국이 찍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축축하고, 신선한 자국이었습니다. 그것은 사람 손바닥보다 두 배는 커 보였습니다.
4층의 공기는 너무나 밀도 높아서 폐로 억지로 밀어 넣어야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는 거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그림자 또한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소연 씨는 복도를 걸어갔지만, 그녀의 발밑에는 텅 빈 타일뿐이었습니다. 전등은 바로 그녀의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은 바닥에 단 하나의 어두운 얼룩조차 드리우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물리적인 세계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404호 병실 문은 아물지 않은 상처가 뜯겨 나가는 듯한 흐느낌과 함께 열렸습니다.
안은 온통 기이한 얼룩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무광택 벽, 무광택 침대, 심지어 탁자 위의 컵까지도 빛 반사 하나 없는 상태로 바래 있었습니다.
소연 씨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습니다. 침묵은 고막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끄륵-끄륵. 끄륵-끄륵.
소리는 벽지 아래에서 들려왔습니다. 마치 반대편에서 누군가 긁어서 길을 내려고 하는 듯했습니다.
— 누구세요? — 그녀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목소리는 메아리치지 않았습니다. 그냥 벽 속으로 스며들어 버렸습니다. 그 순간 소연 씨는 자신의 발을 보았고, 등골에 얼음 같은 전기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녀의 발은… 바닥과 합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살과 타일 사이의 경계가 초점 흐린 사진처럼 흐려지고 있었습니다.
방구석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더 이상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생각했나요? 아니에요, 소연. 그가 당신을 알아차리기 시작한 거예요. 이제 그가 당신을 한 조각씩 떼어낼 거예요, 당신이 이 벽의 일부가 될 때까지."
소연 씨는 창문으로 달려가 바깥 거리, 불빛, 혹은 어떤 생명의 흔적이라도 보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유리는 안쪽에서 무언가 걸쭉한 것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그녀는 손으로 유리를 문질러 회색 먼지층을 닦아내다 굳어버렸습니다.
유리 반대편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은… 바로 그녀 자신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아니었습니다. '그쪽' 소연 씨에게는 눈이 없었습니다. 오직 깊고 검은 구멍뿐이었고, 그 구멍에서 걸쭉하고 검은 담즙이 천천히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유리 너머의 존재는 손바닥을 유리에 대고 소리 없이 말했습니다.
— "자리를 비워."
그 순간 병실의 불빛은 죽어가는 심장처럼 깜빡였고, 소연 씨는 자신의 진짜 눈이 그 검은 공허함으로 채워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