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의 침묵 .3
Part 1. 시간의 그림자
너무 짧은 여름
서랍 속 사진
방 안의 침묵
창가의 저녁빛
첫 번째 길
빈 방의 문을 열면 언제나 나를 맞이하는 것은 침묵이다.
그 침묵은 두렵게 하는 것도, 귀를 울리며 괴롭히는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두텁고 깊어서 마치 몸을 감쌀 수 있는 천과 같았다.
그 침묵 속에 서 있으면, 나는 혼자가 아님을 느낀다.
그곳에는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책상 위에는 끝이 부러진 연필이 아직 놓여 있고,
창가에는 차 자국이 누렇게 남은 컵이 있다.
그 작은 흔적들은 마치 누군가 잠시 나갔다가 곧 돌아올 것 같은 기분을 준다.
그러나 나는 안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남아 있는 건 오직 침묵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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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 나는 빈 방을 싫어했다.
그곳은 나를 가두는 덫 같았다.
홀로 있으면 외롭고 불안했다.
나는 음악을 크게 틀어 침묵을 지우려 했고,
공책에 의미 없는 낙서를 하며
내 심장이 너무 크게 뛰는 소리를 감추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한다.
이제 나는 안다. 이 침묵 안에는 답이 있다는 것을.
말해 버린 것들과 끝내 하지 못한 말들,
중간에 끊긴 웃음소리, 붙잡지 못한 손길,
외면해 버린 눈빛까지—
침묵은 그것들을 말보다 더 선명히 간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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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지나 고향집에 돌아갔을 때,
내가 자라난 방은 말없이 나를 맞이했다.
오래된 책상, 책장이며, 어린 시절의 사진들까지—모두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침묵은 예전과 달랐다.
조급함도, 쓸쓸함도 없었다.
오히려 따뜻한 포옹처럼 느껴졌다.
나는 침대에 앉아 손으로 이불을 쓰다듬다 문득 울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그 침묵 속에서 엄마의 부름, 동생의 웃음,
그리고 내 어린 날의 꿈들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이 방 안에 고이 숨어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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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는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침묵은 나의 스승이 되었다.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법을 배웠다.
기쁨과 슬픔이 함께 머물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곁에 아무도 없어도,
사랑했던 이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내 마음에 남아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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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위한 메시지
침묵은 공허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안의 깊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부모에게는 전한다. 모든 말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때로는 아이 곁의 침묵이 더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청년에게는 전한다.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을.
그 고요 속에서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어른에게는 전한다. 침묵은 적이 아니라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귀 기울여 듣는다면, 침묵은 오히려 우리를 치유해 준다.
사람이 없는 방은 비어 보이지만,
그 안의 침묵에는 기억이 살아 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