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사진
이 책은 제가 가장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해 온 이야기이자, 아마도 가장 정성스럽게 준비하게 될 작업입니다.
(조용한 고백)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희망과 위로의 고백입니다.
부모에게는 아이를 바라보는 또 다른 눈길을,
청년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그리고 어른에게는 지나온 길을 돌아볼 힘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조용한 고백) 은 처음에 매일 한 편씩 포스트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짧은 고백들이 하나하나 모여, 결국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저의 작은 글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빛이 되고,
당신의 하루에도 조용한 위로로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Part 1. 시간의 그림자
너무 짧은 여름
서랍 속 사진
방 안의 침묵
창가의 저녁빛
첫 번째 길
내 방 한구석에는 좀처럼 열지 않는 오래된 서랍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이 나무 손잡이에 닿고 삐걱거리는 뚜껑이 열릴 때마다, 나는 늘 같은 눈빛을 마주한다.
시간에 바래 버린 한 장의 사진.
종이는 부드럽게 닳았고, 가장자리는 해어졌다.
색깔은 희미하게 지워졌지만, 그 속의 눈빛만큼은 여전히 선명하고 생생하다.
나는 사진을 집어 들어 오랫동안 바라본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엄마가 그 안에 있다.
조금은 쑥스러운 듯, 그러나 따뜻하게 웃고 있다.
그 눈동자 속에는 내가 어린 시절엔 보지 못했던 빛이 있었다.
그때의 나에게 엄마는 그저 ‘엄마’였을 뿐이다.
엄격하고, 지쳐 있고, 가끔은 화를 내지만 언제나 곁에 있는 존재.
그러나 이제 나는 안다. 그 얼굴 뒤에는 그녀만의 세계가 숨어 있었다는 것을.
꿈과 불안, 좌절과 희망이 얽혀 있던 세계를.
---
사춘기 시절 나는 엄마와 자주 다투었다.
그녀의 말은 늘 명령처럼 들렸고,
그녀의 관심은 나를 옥죄는 간섭처럼 느껴졌다.
나는 자유롭고 싶었고,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문을 쾅 닫고 방 안에 틀어박히며 생각했다.
“엄마는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하지만 지금, 이 사진을 손에 쥐고 있으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인다.
그 웃음 속에 담긴 피로를 이제는 읽을 수 있다.
내가 몰랐던 걱정이 그녀의 눈 속에 숨어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그 모든 엄격함 뒤에는
어설프고 서툴지만 누구보다 진실한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
사진은 침묵한다.
나는 묻는다. 왜 부엌에서 밤마다 울었는지,
왜 편지를 서랍에 감추었는지,
창밖을 바라보며 무슨 꿈을 꾸었는지.
그러나 사진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한순간의 웃음을 담아 조용히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 침묵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나는 깨닫는다. 부모는 단순히 ‘엄마, 아빠’라는 역할이 아니다.
그들도 하나의 사람이다.
자신의 이야기와 아픔, 이루지 못한 꿈을 가진 사람.
우리는 자식으로서 그들의 ‘역할’만 보고
그들의 ‘사람됨’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
나는 사진을 다시 서랍에 넣지만,
그 여운은 오랫동안 내 안에 머문다.
그 사진을 꺼낼 때마다, 나는 엄마와 다시 마주한다.
늦게 들어왔다고 잔소리하던 엄마도 아니고,
목도리를 두르라며 성가시게 굴던 엄마도 아니다.
별빛처럼 빛나는 눈을 가진 젊은 한 여인,
내가 미처 듣지 못했던 수많은 희망을 품고 있던 그 사람과.
---
독자를 위한 메시지
사진은 우리의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히려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된다.
부모는 단순히 자녀를 키우는 ‘어른’이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흔들리고, 울고, 꿈꾸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글은 부모에게는 메시지다.
언젠가 자녀가 당신을 단순한 ‘엄마, 아빠’가 아니라
힘겨웠던 순간을 지나온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청년에게는 교훈이다.
부모를 쉽게 판단하지 말고,
그 안에 숨은 이야기를 보려 노력하라는.
그리고 어른에게는 길잡이다.
가족의 과거를 존중하고,
사진 한 장에 담긴 기억조차 소중히 간직하라는.
서랍 속 사진은 침묵하지만,
그 침묵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이며,
그 기억은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