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고백 Part.1

너무 짧은 여름

by 나리솔
Illustration by Narisol


이 책은 제가 가장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해 온 이야기이자, 아마도 가장 정성스럽게 준비하게 될 작업입니다.

조용한 고백 , 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희망과 위로의 고백입니다.


부모에게는 아이를 바라보는 또 다른 눈길을,

청년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그리고 어른에게는 지나온 길을 돌아볼 힘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조용한 고백 ) 은 처음에 매일 한 편씩 포스트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짧은 고백들이 하나하나 모여, 결국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저의 작은 글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빛이 되고,

당신의 하루에도 조용한 위로로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Part 1. 시간의 그림자

너무 짧은 여름

서랍 속 사진

방 안의 침묵

창가의 저녁빛

첫 번째 길



1장. 너무 짧은 여름

여름은 언제나 너무 짧았다.
계절이 시작될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번만큼은 꼭 모든 순간을 기억하자.”
햇살 아래 웃던 친구들의 얼굴, 뜨겁게 달궈진 풀 냄새,
붉게 번지던 저녁 노을빛을 마음에 담아 두고 싶었다.

그러나 기억은 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붙잡으려 하면 할수록 더 빨리 사라졌다.
여름이 끝날 때마다 나는 공허함을 느꼈다.
마치 여름과 함께 나의 한 부분도 사라져 버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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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여름은 축제였다.
우리는 소리치며 뛰어다녔고, 어둑해질 때까지 놀았다.
무릎에는 흙먼지가 묻었고, 집에 돌아오면
차갑게 잘라 둔 수박 조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엌에서는 엄마의 음식 냄새가 풍겼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온전히 우리 것 같았다.

나는 그때 믿었다.
삶은 언제나 여름처럼 따뜻하고 자유로울 거라고.
하지만 그 믿음은 아이에게만 허락된 것이었다.
어른이 되면 반드시 마주해야 하는 다른 진실이 있었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흐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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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여름은 더 짧아졌다.
공부, 시험, 일…
그 모든 것들이 나로부터 단순한 기쁨을 빼앗아 갔다.
나는 창가에 스며드는 저녁빛을 놓쳤고,
발밑의 풀잎이 내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여름이 사라진 게 아니었다.
사라진 것은 내 마음의 여유였다.

대학 시절, 나는 친구들과 강가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우리는 모닥불을 피우고, 별빛 아래서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이 밤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여름은 돌아오겠지만, 우리는 더 이상 같지 않을 것이다.
그 웃음도, 목소리도, 표정도
그날의 불꽃과 함께 사라져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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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얼굴을, 노을을, 길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사진은 단지 색과 형태만 담을 뿐,
순간의 숨결과 웃음소리, 그날의 공기는 담아내지 못했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짧은 문장이라도 남기면,
그 순간의 마음만은 살아남을 거라 믿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내 여름을 오래도록 지켜 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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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글도 시간의 흐름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나는 결국 알게 되었다.
여름은 언제나 떠난다는 것을.
그러나 그 힘은 바로 그 짧음에 있다는 것을.
순간은 사라지지만,
그 빛나는 기억은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아
나를 지탱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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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여름이 짧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주는 선물을 안다.
짧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고,
금방 사라지기에 더욱 빛난다.
여름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내일로 미루지 말고,
오늘의 순간을 기뻐하라고.

Illustration by Narisol



독자를 위한 메시지



아이에게 여름은 기쁨과 놀이이고,
청년에게는 꿈과 우정이며,
어른에게는 지나가 버린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추억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여름은 똑같이 짧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내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따뜻한 우유 한 잔, 엄마의 눈길, 아이의 웃음소리…
언젠가 그것들이 우리의 가장 소중한 ‘짧은 여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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