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너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가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보다
이미 지나가 버린 선택들 앞에서
더 오래 머문다.
조금만 다르게 말했더라면,
조금만 더 일찍 용기를 냈더라면,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
우리는 늘
이미 끝난 장면을 다시 불러와
스스로에게 가장 잔인한 판결을 내린다.
이 글은
그런 밤에
조용히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당신에게 보내는 이야기다.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망치지 않았다.”
가끔 그런 시기가 찾아온다.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하루 종일 마음을 따라다니는 날들.
다른 사람들처럼 살지 못했고,
원하던 모습과도 너무 멀어졌고,
어딘가에서
잘못된 길을 선택해 버린 것만 같은 기분.
내 삶을 들여다보면
빈칸이 너무 많아 보인다.
끝내 이루지 못한 꿈들,
미뤄둔 채 흘려보낸 시간들,
다르게 말했어야 했던 순간들,
되돌리고 싶은 선택들.
그럴 때마다
나는 쉽게 결론을 내린다.
“나는 내 인생을 망쳤다.”
이 생각은
대부분 밤에 찾아온다.
하루가 끝났는데도
마음속에서는
혼자만의 재판이 계속 열리고 있을 때.
왜 그렇게 말했을까.
왜 그때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왜 또 미뤄버렸을까.
왜 나는 아직도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다.
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건넬 수 있는 말들을,
정작 자기에게는
끝내 허락하지 않는다.
친구라면 이렇게 말해 줄 것이다.
“너는 최선을 다했어.
실수할 수도 있어.
그럴 자격이 있어.”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또 실패했어.
너는 여전히 부족해.”
나는 요즘
우리의 많은 피로가
일이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이 끝나지 않는
자기 비난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매일
시험을 치르듯 살아간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고,
누군가가 채점하고 있으며,
우리는 늘
충분히 잘하고 있는지
확인받아야 하는 것처럼.
하지만
어쩌면
인생은 시험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끝에 가서
점수를 매기는
위원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점점
한 가지 사실을 더 자주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여기까지 와 있다는 것.
우리는 매일
눈을 뜨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고,
때로는 넘어지지만
결국은 또 일어난다.
우리는
한때는 절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던 시간들을
이미 여러 번 지나왔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날들을
생각보다 잘 버텨냈다.
그래,
우리는 스무 살에 꿈꾸던
완벽한 어른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대신
조금 더 아는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픔을 더 잘 이해하고,
조용한 날의 소중함을 알고,
다른 사람의 피로를
조금 더 빨리 알아보는 사람.
나는 네가
앞으로 어디까지 가게 될지는 모른다.
네 인생이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은
조심스럽게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너는 이미
너무 많은 날들을 건너왔고,
너무 많은 순간을 견뎌냈고,
그래서
이 인생을
‘실패’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가끔은
이렇게 말해도 괜찮다.
오늘 나는
조금 나아지지는 못했지만,
조금 더 나빠지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하루를 하나
무사히 건너왔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했는지도 모른다.
만약 지금
네가 뒤처지고 있다고 느낀다면,
네가 너무 늦었다고 느낀다면,
네 인생이
틀렸다고 느껴진다면 —
한 번쯤은
자기 자신을
판사의 눈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너를 조용히 응원해 온
사람의 눈으로
바라봐도 좋겠다.
그러면 아마
너는
이 한 가지를
알게 될 것이다.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너는 그렇게
망치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면 충분히
다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