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종종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울지 않는 얼굴,
흔들리지 않는 태도,
아무 일도 없는 듯
하루를 견디는 법.
하지만 어느 순간,
계속 버티는 일이
더 이상 용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소모시키는 일이 될 때가 있다.
이 글은
그런 순간에
처음으로 손을 놓아도 괜찮다고,
완전히 망가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조용히 말해 주는 이야기다.
어느 순간,
인생에는 더 이상
조심스럽게 금을 메우는 일조차
의미가 없어지는 때가 온다.
말로는 아픔을 덮을 수 없고,
미소로는 지친 마음을 가릴 수 없으며,
아직도 버티고 있는 척하는 것마저
너무 버거워지는 순간.
그럴 때 남는 선택은 하나뿐이다.
완전히 망가져 보는 것.
미련 없이
오래 무거웠던 것들을 버리고,
혼란으로 가득 찬 마음을
천천히 정리하고,
쓰러지고,
휘청이고,
부서져 보는 것.
속을 비우고
마침내 놓아주는 일.
우리는 너무 자주
참는 쪽을 선택한다.
이를 악물고 버티며,
이미 힘도 의미도 사라졌는데
계속 강한 사람인 척한다.
하지만 어쩌면
어떤 순간에는
참는 것보다
망가지는 쪽이 더 솔직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힘으로 붙잡기보다
차라리 손을 놓는 일.
망가지는 건 두렵다.
우리는 한 번 부서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아서
끝까지 버티려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무너짐은
끝없는 저항보다
오히려 가벼울 때가 있다.
가장 힘든 건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안에 있었던 것을
계속 외면하며 도망치는 일이다.
그리고 언젠가
더 이상 달아나지 않고
그 두려움을 똑바로 바라보게 될 때,
불안은 조금씩
힘을 잃는다.
두려움은
단번에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점점 조용해지고,
부드러워지고,
더 이상 우리를 지배하지 못한다.
그때
옛 나의 잔해 속에서
우리는 문득
끝이 아니라
빈자리를 발견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리.
완전히 망가진다는 것은
어쩌면
처음으로
진짜 나로
태어나는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