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겨울을 지나 다시 찾아오는 말들에 대하여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무거워질 때가 있습니다.
짙은 안개처럼 마음을 가득 메워,
그 안을 뚫고 나오는 생생한 생각이 사라지는 그런 날들입니다.
그런 날, 내 안에는 메마름이 찾아오고
단어들은 바스락이는 마른 잎사귀처럼 변하며,
감정을 나누고픈 마음은 일상의 무게 아래 숨죽입니다.
나는 짓눌렸고, 책임감과 끝없는 일상의 소음에 짓밟혔습니다.
시간은 나에게 가장 귀한 사치였지만,
그조차 누릴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녁, 한 가지 작은 순간이 모든 것을 바꾸었습니다.
나는 투명한 찻주전자를 불 위에 올렸습니다.
일에 지쳐 땅에 닿는 듯 무거운 몸을 이끌고,
그냥 그저 바라보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주전자 바닥에서 아주 작고 희미한 기포들이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너무도 조심스럽고,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 속에 담긴 생명력만큼은 강렬했습니다.
물이 아직 끓지 않았고, 단지 따뜻해지기 시작했을 뿐인데,
그 작은 공기 방울들은 변화를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그 순간, 내 안에 무언가가 움직였습니다.
내 생각과 감정이 바로 이 기포들과 같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랜 추위와 마음의 감각 마비를 지나,
내 심장은 조금씩 다시 따뜻해졌습니다.
기진맥진했지만,
스스로를 위한 시간이 거의 없었지만,
내 안에 다시금 부드럽고 순수한 어떤 마음이 깨어났습니다.
그것은 위대한 아이디어도, 복잡하고 완성된 글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섬세하고 여린 감정들이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우리를 기록해 줘.”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훌륭한 작품을 매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 미친 세상의 리듬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지금은 내가 원하는 만큼 자주 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나의 ‘끓음’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미 깨어나는 그 징후만으로도,
그 작은 기포들은 내 안의 창작자가 죽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단지 잠시 숨을 고른 것뿐입니다.
오늘 내 글은 짧을지 모릅니다.
뜨거워지는 물소리처럼, 아주 작은 울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중요한 건, 따뜻함이 돌아왔다는 사실입니다.
시간이 여전히 사치라 해도,
나는 나 자신에게 이 몇 분만큼은 허락하려 합니다.
나는 다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다시 나 자신이 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