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색으로 그림 전체를 내어주지 말 것

흔들림 속에서 비로소 찾아내는 내 삶의 진짜 주인

by 나리솔


하나의 색으로 그림 전체를 내어주지 말 것



흔들림 속에서 비로소 찾아내는 내 삶의 진짜 주인


사람은 어떤 것에 깊이 빠질 때, 그것을 삶의 전부처럼 여긴다. 사랑을 시작하면 그 사람 없이는 그 무엇도 의미를 갖지 못할 것 같고, 일에 몰두하면 성취만이 인생의 답처럼 느껴진다. 분노와 슬픔 또한 마찬가지다. 한 번 휩쓸리면 그 감정 바깥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되곤 한다. 이것은 치우친 상태. 무엇 하나에 과하게 기대 있는 상태와 같다.


​그럴 때면 나는 한 가지 문장을 되뇌곤 한다. 무엇도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문장. 삶은 단 한 가지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가 붙잡고 있는 그 무엇도, 우리의 인생 전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삶에 열정을 불어넣어 주기도 하지만, 거꾸로 자신의 목을 옥죄는 목줄이 되기도 한다. 돈이 전부라고 믿는 순간 삶은 계산이 되고, 인정이 전부라고 믿는 순간 삶은 평가가 된다. 그러나 직업도, 실패도, 성취도 모두 인생이라는 긴 흐름 위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삶의 균형은 정지에 있지 않다. 그것은 끊임없이 흔들리는 과정에 가깝다. 한쪽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오고, 그 반복 속에서 잠시 중심을 스쳐 지나간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이다. 무엇도 전부가 아님을 안다는 것은 삶을 가볍게 여긴다는 뜻이 아니라, 더 초연한 태도로 내 삶의 진실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삶이라는 과정 전부를 내 것으로 끌어안는 일인 것이다. 실패를 겪어도 모든 것이 끝났다고 단정하지 않은 것. 성공 앞에서도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 그럼에도 다시 한번 내 삶의 여백을 창조해 가는 과정 위에 서는 것. 이 마음의 여백이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고, 또 오래 걸을 수 있게 한다.


​극단에 서지 않는다는 것은 중간만 선택하며 살겠다는 말이 아니다. 필요할 때는 깊이 빠질 줄도 알고, 때로는 한걸음 떨어진 채로 지금을 바라볼 수 있는 태도다. 이 유연함이야말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삶의 조건이 아닐까. 지금 나를 괴롭히는 문제도, 나를 들뜨게 만드는 욕망도 모두 완성된 풍경이 아니다. 우리는 그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색이 아니라, 그 색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조화다. 하나의 색을 칠하기 위해 삶이라는 그림 전체를 내어주지 않는 것. 전부가 아닌 것들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내 삶의 주인이 된다.

작가의 이전글피로가 적이 아닐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