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새로운 이미지: 차가운 마음을 덮는 온기.

by 나리솔


11화. 새로운 이미지: 차가운 마음을 덮는 온기, 그리고 다시 쓰는 나의 이야기



대학교 기숙사, 나에게 배정된 그 작은 방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나는 마치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순간이동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쾨쾨한 곰팡이 냄새 가득했던 목욕간에서의 밤, 살을 에는 듯 차가웠던 거리, 그리고 허름하고 비좁았던 단칸방에서의 외로운 시간들. 그 모든 척박한 공간들과 비교할 수 없는, 너무나 낯설지만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하얗고 깔끔한 벽은 어딘지 모르게 새로 칠해진 페인트 냄새를 희미하게 풍겼고, 삐걱거리던 낡은 침대 대신 단정하게 정돈된 침대 위에는 새하얀 시트가 보송하게 펼쳐져 있었다. 간결하지만 제 역할을 다하는 작은 책상과 의자, 그리고 낡았지만 깨끗한 옷장이 전부였다. 그 어떤 화려함이나 사치도 없었지만,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극진한 사치 그 자체였다. 이곳에서 나는 닫혔던 오감들이 비로소 열리는 것을 느꼈다. 낯선 비누 향, 맑은 햇살, 그리고 고요 속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복도의 소리들. 나는 여기서 새로운 숨을 쉬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기숙사 복도는 활기찬 소리로 가득 찼다. 분주하게 강의실로 향하는 학생들의 발걸음 소리, 까르르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친구들끼리 나누는 정다운 대화 소리가 나의 잠자던 영혼을 깨웠다. 공동 식당에서는 뜨거운 음식이 주는 김과 함께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정겹게 울려 퍼졌다. 그 소음은 내게 소란스러운 고통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에너지이자 삶의 활력으로 다가왔다. 오랜 세월 동안 배고픔과 싸워야 했던 나에게, 이곳의 아침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었다. 쟁반 가득 담긴 따뜻하고 넉넉한 음식을 앞에 두고,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심장을 저미는 듯한 고통스러운 굶주림, 마른 라면 부스러기로 연명하던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한 입 먹고 토하지 않아도 되는,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온기를 머금은 음식을 한 숟갈 한 숟갈 입에 넣으며, 나는 난생처음으로 '평온'이라는 단어를 몸소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꿈꾸던 세상이었다.


나는 내가 다른 학생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썼다. 나의 혹독했던 과거가 드러날까 봐 늘 노심초사했다. 헝클어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늘 깔끔하게 옷을 입었고, 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억지로라도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모두에게 나는 그저 성실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조금은 내성적인 '보통 학생'이었다.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내가 꾸며낸 이 평범한 모습 뒤에 얼마나 길고 혹독한 길이 숨겨져 있었는지. 지독한 굶주림과 생사를 넘나드는 병마, 그리고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배신이라는 칼날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나의 과거를. 나는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이방인이 된 나를 보았다. 그것은 단순한 분장이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나의 '이미지 메이킹'이었다. 나는 가면을 쓴 채, 새로운 이미지 속에서 나의 아픈 과거를 숨겼다.


이전에 '가장 친한 친구'라고 믿었던 이에게 철저히 배신당하고 모든 물건이 길거리에 버려졌던 그 끔찍한 사건 이후로, 나는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기로 다짐했다. 나의 여린 마음은 산산이 조각나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고, 그 깨진 조각들은 너무나 날카로웠다. 동기들이 산책을 가자고 제안하거나, 자신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마다 나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그들의 시시콜콜한 고민과 사랑 이야기에 공감하는 척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높은 철벽을 쌓아 올린 채 단단히 걸쇠를 걸었다. 나의 심장은 침묵했고, 다시는 상처받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믿음은 너무나 연약했고, 깨진 조각들은 너무나 날카로워 다시 주워 담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때때로 저녁이면 나는 나의 작은 방, 나의 유일한 안식처인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창문 너머로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밤을 밝히고, 기숙사 마당에는 여전히 학생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왔다. 공동 휴게실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음악 소리는 나를 잠시 깊은 사색과 감상에 젖게 했다. 나는 그 모든 풍경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이제 나에게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생겼어. 공부할 기회도 있고, 앞으로 나아갈 길도 열렸어.' 희망의 빛은 분명히 나를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에워싼 차가운 현실 또한 냉혹하게 존재했다. 나는 그 어느 것 하나도 타인에게 기댈 수는 없다는 냉정한 진실을 놓지 않았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나를 철저히 고독한 존재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오직 나 자신만을 믿고 의지해야 한다'는 강한 생존의 법칙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스스로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이 깨끗한 기숙사 방에서, 낡은 교과서와 공책들 사이에 앉아, 나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내 안에서 뿌리내리는 것을 느꼈다. 삭막했던 내 마음에 작은 온기가 퍼져나가는 듯했다. 비록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이지만, 나는 나의 새로운 삶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상처와 배신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고독 속에서 발견한 나만의 힘은 나를 이끌고 있었다. 이제 이 텅 비어 보였던 공간에서, 나는 텅 비지 않은 나의 미래를 채워나가려 한다. 나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이 고요한 방 안에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정복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나의 과거는 나의 발목을 잡는 사슬이 아니라, 나를 더 높이 날게 하는 날개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내 안에는 단단한 나 자신이 뿌리내리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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