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새로운 삶: 나를 세우는 지혜

by 나리솔


12화. 새로운 삶: 나를 세우는 지혜, 나의 세상에 깃든 고독한 빛



삶은 때때로 우리에게 거친 질문을 던진다. '너는 이 새로운 행복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너는 다가올 미지의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마치 삶 자체가 나를 시험하는 듯한 순간들이 찾아오곤 한다. 그리고 대학 생활은 나에게 그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는 거대한 시험장과 같았다.


어느 날, 대학에서 만난 한 남학생이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왔다. 그는 훤칠한 키에 여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환한 미소를 가졌고, 그의 눈빛에는 순수한 감탄과 어린 시절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다정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어쩌면 그 빛 속에서 나는 과거의 결핍을 잠시나마 채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고백은 메마른 내 심장에 따뜻한 물줄기처럼 흘러들어왔지만, 나는 결국 그의 마음을 거절했다. 그가 못나서도, 내가 그를 마음에 두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그 순간, 나의 머릿속에는 오직 '학업'만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난 세월 동안 겪어온 모든 아픔과 시련이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나약함이 불러올 결과들을 너무나도 처절하게 경험했기에, 다시는 그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지금 여기서 잠시라도 한 눈을 팔고 마음을 흩뜨린다면, 내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피와 눈물로 쌓아 올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나를 덮쳤다. 나는 그 흔들림을 허용할 수 없었다. 학업은 나에게 단순한 의무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구원할 유일한 동아줄이었고, 내가 홀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견고한 성채였다.


나는 책과 지식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의 어린 시절을 송두리째 훔쳐갔던 굶주림과 병마의 시간들, 그 메마른 황무지에서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찾으려는 듯, 나는 매 강의와 매 단어를 갈증난 사람처럼 흡수했다. 지식은 내게 힘이 되었고, 깨달음은 나를 성장시키는 단단한 자양분이 되었다. 대학 캠퍼스 곳곳에 숨겨진 낡은 도서관은 나에게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피난처였다. 퀘퀘한 책 냄새는 나에게 잊혀졌던 안정감을 주었고, 수많은 위인들의 삶과 사상은 내가 나아가야 할 길에 희미한 등불을 밝혔다. 그 안에서 나는 고독했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나를 조금씩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겉으로 드러내는 화려함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외모를 꾸미는 일에 큰 가치를 두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은 나의 내면에 깃든 굳건한 힘을 알아차렸다. 내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강인함'을 보았다. 남들이 모두 너무 힘들다며 주저앉을 때조차도, 나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말로 표현되지 않지만, 나의 눈빛과 단단한 어깨, 그리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끈기 있는 기운을 동기들은 느꼈을 것이다. 그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의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나에게 다가왔다. 나를 존중하고, 내가 가진 묵묵한 강인함에 경외심을 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강제로 시켰던 그 혹독한 '운동'들이 엉뚱한 곳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팔굽혀펴기! 강해져라! 징징거리지 마!" 나는 그 잔인한 외침과 고통스러운 훈련들을 증오했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그것들이 나의 육체를 강철처럼 단련시켰던 것이었다.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렸고, 무거운 짐을 거뜬히 들어 올렸으며, 지독한 훈련도 더 오래 견뎌냈다. 체육 수업 시간, 교수님과 친구들이 나의 뛰어난 신체 능력에 찬사를 보낼 때마다, 나는 그저 조용히 미소 지을 뿐이었다.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내가 가진 이 '힘'이 얼마나 처절한 대가를 치르고 얻어진 것인지. 고통과 증오 속에서 피어난 나의 역설적인 강인함이었다.


그리고 아버지…

그는 끝내 나를 찾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나의 삶에서 아버지는 마치 없었던 존재처럼 조용히 사라져버렸다.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고, 편지 한 통, 전화 한 통도 없었다. 내가 살아있는지, 아니면 죽었는지조차 궁금해하지 않는 듯했다. 그는 나의 새로운 삶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축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잔인한 깨달음이 뒤늦게 찾아왔다.


가끔 상상해본다. 만약 어느 날, 그가 예고 없이 캠퍼스 문 앞에 나타난다면? 나의 심장은 다시 불안감과 공포에 휩싸였다. 하지만 나는 매번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가 다시 내 삶에 나타나는 순간, 나의 세상은 다시 밑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것을. 그는 나를 끌어내리고, 내가 간신히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부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그에게 나의 삶을 망가뜨릴 기회를 줄 수 없었다. 나는 그에게서 멀어지는 법을, 그를 나의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법을 너무나 힘들게 배웠다.


나는 이제 과거의 그 소녀가 아니었다. 혹독한 세월이 나를 어른으로 만들었고, 내 두 손으로 일군 새로운 삶의 견고한 주춧돌을 세웠다. 이 삶에는 더 이상 과거의 그 그림자에게 돌아갈 공간은 없었다. 나의 세상은 오직 나의 의지와 나의 힘으로만 건설될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 그것이야말로 내가 살아있는 증거이자, 나의 가장 빛나는 이름이 될 것이었다. 나의 삶은 이제부터 내가 직접 써 내려갈 새로운 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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