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과거로부터 온 편지: 견고한 성에 균열이 가다

by 나리솔


13화. 과거로부터 온 편지: 견고한 성에 균열이 가다



어느덧 삼 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모든 학업을 마쳤고, 자랑스러운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이제 나는 나의 새로운 무대, 반짝이는 불빛으로 가득하고 생명력 넘치는 거대한 도시로 발걸음을 옮겼다. 밤에도 불빛이 꺼지지 않는 시끄러운 거리, 목적지를 향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24시간 불철주야 돌아가는 카페와 상점들. 이 도시는 결코 잠들지 않는 거대한 심장처럼,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듯했다. 나의 과거는 이 거대한 도시의 번잡함 속에 묻혀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이곳에서 나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훌륭한 직장을 얻었다. 넓고 깔끔한 사무실, 최신 컴퓨터 앞에서 분주하게 오가는 동료들, 치열한 프로젝트 회의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가 이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된 듯한 기쁨을 느꼈다. 과거의 지독했던 잡다한 일들과는 차원이 다른 성취감과 자부심이 나를 감쌌다. 동료들은 나의 끈기와 성실함을 존중했고, 상사들은 중요한 업무를 거리낌 없이 나에게 맡겼다. 나의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이 모든 성공은 지난날의 고통에 대한 정당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나는 조금씩 돈을 모아 작고 아늑한 스튜디오를 얻을 수 있었다. 하얀 벽으로 꾸며진 방, 깔끔한 주방, 그리고 활기 넘치는 거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창문. 그곳은 비로소 나만의 온전한 세계가 되었다. 창가에는 작은 화분을 놓아 생기를 더하고, 빼곡히 채워진 책장에는 나의 지식과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저녁이 되면 부드러운 간접 조명을 켜고, 차 한 잔을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녹였다. 이 작은 공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숨을 깊이 들이쉬고 외칠 수 있었다. "이곳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 견고하고 안전하며,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성채였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평온하고, 흔들림 없으며,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견고했다. 나는 이 평화가 영원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단 한 통의 편지가 나의 모든 것을 흔들어 놓았다. 나의 견고한 성벽에 균열을 일으키는 작은 망치질처럼.

그것은 손글씨로 쓰여진 낡은 종이 편지가 아니었다. 시대에 맞춰 나의 이메일로 전송된 전자 메일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메일 알림 아이콘이 깜빡였고, 나는 습관처럼 받은 편지함을 클릭했다. 처음에는 스팸 메일이거나 업무 관련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신자 'From' 칸에 적힌 이름 석 자를 보는 순간, 내 심장은 차가운 얼음물에라도 잠긴 듯 굳어버렸다.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낯선, 내 과거의 파편. 그 이름은 바로 '아버지'였다.

나는 손가락을 멈칫거렸다. 열어봐야 할까, 아니면 이 지독한 편지를 영원히 삭제해버려야 할까. 수많은 갈등 끝에 나는 클릭했다. 그 안의 내용이 궁금해서라기보다, 어떤 잔인한 내용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두려웠기 때문이다. 편지를 열어보니, 짧은 문장 속에서 내 심장은 더욱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편지에는 '나의 아버지가 나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이미 예상했던 불길한 그림자였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이고 비통한 진실은 그 뒤에 이어졌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도, 아버지에게는 이미 '또 다른 가족'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아이들, 다른 삶. 내가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고, 이 세상의 모든 고통과 결핍 속에서 발버둥 칠 때, 나의 아버지는 또 다른 행복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시간 동안, 엄마는 그 잔인한 진실을 알면서도 묵묵히 침묵하고 살았던 것이다. 오직 나에게 '아버지'라는 이름이라도 지켜주고 싶어서. 비록 그런 불완전하고 무책임한 존재였을지라도.

나는 모니터 앞에서 얼어붙었다. 편지의 차가운 글자들을 읽고 또 읽었다. 내 가슴속에서는 마치 오래된 상처가 터져 버린 듯한 지독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 고통은 마치 심장이 찢어지는 듯했다. 나는 이 모든 사실을 단 한 번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니, 그녀의 지친 눈빛 속에 담겨 있던 슬픔과 체념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직 '가족'이라는 희미한 이름과 나의 어린 날들을 지키기 위해 그 모든 아픔을 혼자 감내하고 묵묵히 버텨냈던 것이다.

나는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그것은 단지 그리움에서 오는 눈물이 아니었다. 나의 삶 전체가, 내가 버텨왔던 모든 시간이, 처음부터 거대한 거짓말 위에 세워졌다는 쓰디쓴 회한과 고통에서 오는 눈물이었다. 나의 유년은 물론, 현재의 나마저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이제 와서 나를 찾고 있다고 했다. 내가 가장 힘들고 외로웠을 때, 그는 그림자처럼 사라져 버렸고, 단 한 번도 나의 안부를 묻지 않았다. 마치 내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그런데 이제 와서 그는 나를 찾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무엇을 얻으려고?

나는 모니터 속 차가운 글자들을 멍하니 응시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는 오직 한 가지 질문만이 메아리쳤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에게 답장을 해야 할까? 내가 힘들게 닫아버린 과거의 문을 다시 열어야 할까? 아니면 이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고, 나의 삶에서 그를 완전히 지워버려야 할까?'

나의 견고한 성은 갑작스러운 균열 앞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의 선택은 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

이전 12화12화. 새로운 삶: 나를 세우는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