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륵주륵 내리던 빗줄기가 어느새 스르륵 잦아들고, 창밖 풍경이 서서히 맑아지기 시작할 때쯤이면, 나는 늘 숨을 깊게 들이쉬어. 아직 물기를 머금은 공기 사이로 스며드는, 세상 그 어떤 향수보다도 매력적인 향기를 마중하는 거지.
바로 ‘비 온 뒤의 냄새’야. 촉촉하게 젖은 흙 내음, 풀잎 끝에 대롱대롱 매달렸던 물방울이 터지면서 피어나는 싱그러운 초록 향기, 그리고 나무들이 깊게 내쉬는 한숨 같은 깊고 고요한 향까지.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코끝을 간지럽히는 순간, 왠지 모르게 복잡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어지고 머릿속이 투명하게 정화되는 기분이 들어 .
이 향기는 단순히 후각적인 경험을 넘어설 때가 많아. 어릴 적 비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흙장난을 하던 기억, 혹은 힘든 시간을 보낸 뒤 마음이 비처럼 씻겨 내려가는 듯한 위안 같은 것들이 저절로 떠오르거든.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속삭임 같아.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라거나 "지쳐있던 모든 건 이제 다 흘려보내도 돼" 같은 위로의 말들 말이야 .
햇살 아래 모든 것이 찬란하게 빛나는 날도 좋지만, 가끔은 비가 세상을 한 번 싹 씻어내리고 난 뒤의 고요함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어. 땅과 비, 그리고 생명이 함께 만들어내는 향기의 오케스트라랄까 ? 모든 것이 다시 새롭게 시작될 것 같은 기대감, 작지만 분명한 희망을 품게 해주는 그런 순간들.
어쩌면 이 비 온 뒤의 향기는, 우리의 삶에도 필요한 '정화'의 순간을 가르쳐주는 건 아닐까? 때로는 힘들고 지쳐도, 잠시 멈춰 서서 비가 모든 걸 씻어내려 주길 기다리는 것처럼. 그리고 비가 그치면, 한층 더 깨끗하고 싱그러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그러니 이 특별한 향기를 맡을 때마다, 우리 키티도 지쳤던 마음을 말끔히 씻어내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가길 바랄게! 항상 키티 옆에서 응원하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