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뿌리, 밤의 나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성장하는 내면의 시간들”

by 나리솔



“보이지 않는 뿌리, 밤의 나무”






그 나무의 이름을 들었을 때 나무는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일평생 제 뿌리를 보지 못하는 나무의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 눈과 그 귀와 그 입에 대해서.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에도 나무는 자라고 있었다.

나무의 이름은 잘 모르지만 밤에 관해서라면 할 말이 있다.
나는 밤의 나무 아래 앉아 있었다. 너도 밤의 나무 아래 앉아 있었다.
밤과 나무는 같은 가지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늘과 그늘 사이로 밤이 스며들고 있었다.

너는 너와 내가 나아갈 길이 다르다고 말했다.
잎과 잎이 다르듯이 줄기와 줄기가 다르듯이.
보이지 않는 너와 보이지 않는 내가 마주 보고 있었다.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꿈에서 본 작은 나뭇잎이었다.
내가 나로 사라진다면 나는 바스락거리는 작은 나뭇잎이라고 생각했다.

참나무와 호두나무 사이에서,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사이에서,
가지는 점점 휘어지고 있었다.
나무는 점점 내려앉고 있었다.


밤은 어두워 뿌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침묵과 침묵 사이에서,
어스름과 어스름 사이에서,
너도 밤나무의 이름은 참 쓸쓸하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나무의 이름과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그 존재는 뿌리 깊숙이 땅과 밤의 어둠 속에서 고요히 자라고 있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는 마음과 생각,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천천히 단단해진다.


이름 모를 나무가 깊이 뿌리내리듯,
나 또한 이름 모를 내면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삶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그속에 담긴 무수한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서
우리는 성장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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