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속 작은 위로

에세이 이야기

by 나리솔




빗방울 속 작은 위로



오늘은 온종일 비가 내렸다. 창밖 세상은 뿌옇게 흐려지고, 투둑, 투둑,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맑고 청량한 햇살 아래선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빗방울 사이로 아련하게 번진다. 때론 이런 흐린 날이 더 솔직한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쨍한 날씨처럼 밝게 웃어야 하고, 활기차게 움직여야 할 것만 같아. 하지만 빗소리는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도 괜찮다고 속삭이는 듯하다. 오늘만큼은 애써 빛나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있어도 괜찮다고.


축축하게 젖은 공기 속에서 나는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무심코 창밖을 응시한다. 빗줄기가 만들어내는 물결, 처마 끝에서 톡 떨어지는 물방울들, 젖은 나뭇잎들이 더욱 선명해지는 순간들. 이 모든 것들이 마치 고요한 명상처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내 마음속의 크고 작은 근심들을 씻어내려 주는 것 같아.


세상은 늘 맑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어쩌면 빗소리는 우리에게 알려주는지도 모르겠다. 흐린 날이 있기에 맑은 날이 더욱 소중하고, 때로는 이렇게 모든 것이 정지한 듯한 순간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나를 마주할 수 있으니까. 비록 하늘은 어두울지라도, 이 빗방울 속에는 옅은 위로와 함께 내일을 살아갈 힘이 담겨 있다. 젖은 땅이 더욱 단단해지듯, 내 마음도 이 비를 맞아 조금 더 견고해지고, 차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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