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작은 작은 승리다
나는 지쳤다.
단순한 피곤이 아니라, 내 안의 고통이 나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
그 고통은 크게 울부짖지도 않는다. 다만 잘게 부서져 조각난 채, 온몸 곳곳에 흩어져 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도 나를 진심으로 듣지 않는다. 사람들은 내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내 속 깊은 외침을 보지 못한다.
나는 늘 긴장 속에 살아간다. 마치 멀리서 기차가 끊임없이 울리는 듯한 소음처럼, 스트레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옆에 있는 사람은 내 마음을 조금씩 죽이고, 주변의 사람들은 그들의 변덕으로 나를 더욱 상처 입힌다. 그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내 안의 다리를 무너뜨리는 것 같다.
나는 쓰고 싶다. 글을 쓰며 어둠 속에서 빛을 꺼내고 싶다. 그러나 매번 내 앞을 막는 무언가가 있다. 목에 걸린 덩어리처럼, 길 위의 커다란 바위처럼. 글 한 편, 시 한 줄이 전쟁처럼 느껴진다. 나는 더 이상 싸울 힘조차 남지 않은 것 같다.
가끔은 생각한다. 이제 끝이라고. 더는 못하겠다고. 나는 무너지고, 가라앉는다고.
하지만 그때, 내 안의 가장 작은 조각, 가장 연약한 부분에서 아주 조용한 목소리가 속삭인다.
“일어나. 다시. 처음부터.”
나는 안다. 아무도 나를 대신 구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나의 호흡으로, 나의 침묵으로, 나의 글쓰기로. 비록 글이 서툴고 거칠지라도, 쓰는 순간 나는 나를 살려낸다. 나는 쓰러질 수 있지만, 다시 일어설 수도 있다.
그래서 깨닫는다.
사람들이 나를 무시해도, 그들의 변덕이 나를 아프게 해도,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나를 무너뜨려도, 그것이 곧 내가 무너졌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나를 더 아껴야 한다는 신호다.
그래서 나는 쓴다. 손이 떨려도 쓴다.
단어들이 무겁게 흘러나와도 쓴다.
쓰는 순간, 나는 숨을 쉬고, 산산조각 난 나를 다시 모아낸다.
내 안의 고통은 더 이상 감옥이 아니라, 바깥으로 나가는 길이 된다.
왜냐하면 나는 알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매 순간,
나는 단순히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이미 승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