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세계가 될 수 있는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단순한 대화나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한 세계와 또 다른 세계가 마주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늘 바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 안에 넓고 깊은 세계가 있기를.
생각과 이야기, 고요와 빛으로 가득 차 있어 오래 머물고, 귀 기울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기를.
누군가 곁에 있을 때, 그가 가진 세계 속에서 나 또한 풍요로워질 수 있기를.
하지만 때때로, 아무런 세계도 느껴지지 않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다.
그 안은 텅 비어 있어 아무리 찾아도 메아리만 돌아올 뿐이다.
그럴 때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과연 얼마나 많은 세계를 품고 있을까?
누군가 내 안을 들여다본다면, 그에게 따뜻함을 전하고, 바람을 피할 곳이 되어 주며, 상처를 치유하는 말을 건넬 수 있을까?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하나의 만남’이 된다.
그리고 내가 어떤 세계로 존재하는지가, 내가 찾고 싶은 세계만큼이나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