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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익어가는 열매.

급하지 않아도 괜찮아, 가장 달콤한 열매는 천천히 익는 법이니까.

by 나리솔



느리게 익어가는 열매.



우리는 뭐든지 빨리빨리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일도 빨리 처리해야 하고, 메시지에는 빛의 속도로 답장해야 하고, 성공도 한순간에 쟁취해야 할 것 같고 말이야.
만약 어떤 일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우리는 벌써 뒤처졌다고, 너무 늦었다고 불안해하곤 해.

하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그와는 다른 지혜를 속삭여 주는 것 같아.
한 그루의 나무가 어른이 되려면 수많은 계절을 겪으며 오랜 시간을 인내해야만 하고,
그래야 마침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있잖아?
탐스러운 과일 하나도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따스한 햇살과 촉촉한 비를 흠뻑 맞아가며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후에야 비로소 그 달콤함을 만개해. 한 입 베어 물면 온몸에 퍼지는 황홀한 맛은 절대 서두름으로 얻을 수 없는 선물 같아.
환한 아침조차도 한순간에 짠! 하고 찾아오지 않잖아. 어스름한 새벽, 지평선 너머로 희미하게 드리운 한 줄기 빛이 세상을 깨우기 시작하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동이 터 오다가 마침내 눈부신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야.

나는 우리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소중히 품고 있는 꿈들도, 매일 흘리는 땀방울이 담긴 노력들도, 그리고 마음과 마음이 닿아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소중한 인연들도... 이 모든 것이 충분히 '시간'이라는 양분이 필요한 것 같아.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우리 내면에서는 아주 깊고 섬세한 작업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거든. 상처받았던 마음은 천천히 치유되며 다시 누군가를 믿을 수 있는 용기를 얻어가고, 작은 씨앗 같던 꿈은 땅을 뚫고 솟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 시간들은 절대 헛된 게 아니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단단하고 견고하게 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인 거지.

그러다 문득 어느 날, 우리가 뒤돌아보면 깨닫게 될 거야.
정말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는 걸.
아주 빠르게,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한 건 아니지만, 아주 진실하게,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음을.
천천히 익어가는 것들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찰나의 기쁨이 아니라, 오래도록 기억되고 가슴에 남을 진짜 행복일 거야. 우리 스스로에게 그런 시간을 선물하는 건 어쩌면 가장 큰 사랑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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