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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의 힘

고요함 속에서 찾은, 가장 단단한 나

by 나리솔


멈춤의 힘



끊임없이 쏟아지는 사건과 요구,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아. 우리의 삶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의 아름다움은 미처 보지 못한 채 앞으로만 질주하는 고속 열차를 닮았지. 우리는 멈춤을 나약함이나 시간 낭비로 여기며 두려워하기도 해. 하지만 사실 바로 이 '멈춤' 속에 치유의 힘이 숨어있어.


멈춤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야. 의식적인 선택인 거지. 숨을 고르고, 서두름을 멈추고, 그저 자기 자신에게 귀 기울이도록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순간인 거야. 아직 세상이 잠들어 있는 고요한 아침에 단 5분 동안 멈춰 서거나, 점심시간에 10분 동안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어. 이것은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시도가 아니라, 이미 새롭게 충전되고 더 예민해진 상태로 현실로 돌아오는 방법인 거지.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 끝나지 않은 순환, 억눌린 감정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는 '나중에 해결하자'며 그런 것들을 덮어두곤 하지. 하지만 '나중'은 결코 오지 않고, 고통은 계속 쌓여 피로와 불안, 무관심으로 변해가. 멈춤은 이런 이야기들에게 목소리를 선물해 줘. 우리가 가진 취약함, 두려움, 그리고 피로감을 인정하도록 허락해 주는 거야. 이 순간 우리는 자기감정과 싸우는 병사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존재를 보살피는 다정한 부모가 되는 거지.


멈춤을 통한 치유는 우리 자신을 향한 자비로운 행위야. 잠시 멈춰 서는 순간, 우리는 매 순간 생산적이어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돼. 우리가 만들어내는 결과물 때문이 아니라, 우리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는 걸 말이야. 우리는 실수에 대해, 완벽하지 못했던 순간들에 대해, 그리고 가끔은 그저 평화롭고 싶은 마음에 대해 스스로를 용서하는 법을 배우게 돼.


우리가 스스로에게 멈춤의 시간을 줄 때, 성장을 위한 공간을 만들게 돼. 음악처럼 다음 음표를 들으려면 이전 음표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과 같아. 삶에서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길을 찾으려면 옛 길을 달리는 것을 멈춰야 해. 이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직관과 진정한 욕구, 그리고 필요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는 거야.


바로 이 멈춤 속에서,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 속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찾게 돼. 그것은 시끄러운 돌파구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힘으로 우리를 되돌리는 조용한 속삭임인 거지. 멈추는 능력은 사치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삶을 살고, 느끼고, 치유될 수 있게 하는 꼭 필요한 기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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