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의 지혜

가을이 가르쳐준, 내려놓음의 치유

by 나리솔


**가을의 지혜**




가을은 단순히 나뭇잎이 색을 바꾸고 공기가 서늘해지는 계절이 아니야. 가을은 우리에게 '내려놓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치유의 은유인 것 같아. 나무는 새롭게 자라나기 위해선 낡은 것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잎사귀를 움켜쥐지 않거든. 변화의 불가피함을 받아들이고, 짐을 털어낸 후 깊고 고요한 잠에 빠져들었다가 봄에는 새롭게 태어나는 거지.


우리는 이 과정에 종종 저항하곤 해. 마지막 남은 초록 잎처럼 앙금과 미련을 움켜쥐고는, 이미 끝났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아. 우리는 상처 가득한 옛 추억들을 되뇌며, 이미 지나간 과거를 다시 쓰려는 헛된 희망을 품기도 해. 이건 마치 떨어져 버린 나뭇잎을 다시 가지에 붙이려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우리는 더 이상 의미 없는 것에 힘을 낭비하고, 그 때문에 새로운, 깨끗한 아침을 맞이할 기회를 스스로 잃어버리는 거야.


치유는 망각이 아니야. 과거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우리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아있을 테니까. 하지만 과거가 우리를 한 곳에 묶어두는 무거운 닻이 되는 것을 멈출 수는 있어. 가을의 지혜는 후회 없이 추억하고, 쓰라림 없이 슬퍼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줘. 우리는 떨어진 잎사귀들, 즉 우리의 상실과 실망의 상징들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거야.


우리가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해방돼. 이 에너지는 더 이상 오래된 상처를 지탱하는 데 쓰이지 않고, 새롭고, 생기 넘치며,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는 데 사용되는 거지. 마치 나무가 낡은 잎사귀들을 내려놓고 겨울 내내 봄을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야. 우리도 정원사가 흙을 가꾸어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우듯, 우리의 영혼을 돌보면서 우리 자신의 부활을 준비할 수 있어.


그러니 매일, 떨어지는 잎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이 간단한 진실을 기억할 수 있을 거야. 활짝 피어나기 위해서는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 이 고요하고 가을다운 수용 속에 가장 깊은 형태의 치유가 담겨있단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