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뿌리, 흔들리는 8초
나는 자전거에 올라탄 채 한참 동안 물을 마셨어. 한낮의 햇살은 메마른 숲을 사정없이 태워버리는 것 같았지. 벌써 백 킬로미터를 달렸는데, 이 더위가 햇볕에 그을린 피부에서 땀을 쭉쭉 빼가는 느낌이었어. 브리티시컬럼비아 남부의 낮은 산들은 늘 메말라 있었어. 태평양 공기가 동쪽으로 불어오면서 대부분의 비를 해안 산맥에 다 쏟아버리거든. 그 산맥은 바다에서 200km나 뻗어 있고, 여기에서 서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서 끝나. 그래서 이 내륙의 푸른 하늘은 비 한 방울도 구경 못 하는 거야. 이 주말, 나는 그저 풍경이 주는 순수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어. 오래된 더글러스 전나무 때문에 레이랑 삐걱거렸던 마음의 긴장도, 테드가 새로운 조림 계획을 세운 것에 대한 실망감도 모두 희미해졌지.
내 남동생 켈리가 로데오 대회에 참가하는 걸 보러 가는 길이었어. 켈리는 카우보이들과 말들이 어울리는 그곳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느끼는 애였거든. 마지막으로 켈리를 본 건 두어 달 전 엄마 집에서였어. 배럴 레이싱 좋아하는 여자친구한테 차였다고 엉엉 울었지. 앨버타에서 말굽 장인 학교 다니는 동안 다른 남자한테 가버렸다고. 우린 어둠 속에 서 있었는데, 켈리는 황동색 픽업트럭에 몸을 기대고 있었어. 트럭 짐칸에는 새 편자 화덕이랑 모루가 놓여 있었지. 고개를 숙이고 슬픔을 삼키려 애썼지만 도저히 안 되나 보더라, 나도 같이 울었어.
나는 몇 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진 계곡을 내려다봤어. 저 아래에는 강이 쑥과 풀이 무성한 움푹 들어간 곳을 따라 흐르고 있었지. 허벅지 높이까지 자란 거친 다년생 식물만이 이 메마른 땅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어. 나무들은 아예 설 자리도 없었어. 물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니까. 그런데 이곳 높은 곳에서는 물이 충분해서 나무들이 풀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드문드문 숲을 이루고 있었지.
정오가 지나자 안개가 피어올랐는데, 아마 산불 때문일 거야. 그래도 여전히 계곡은 보였고, 천 미터 높이의 다음 능선까지 이어지는 길이 보였어. 그 능선은 또 다른 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지. 위로 올라갈수록 비가 더 많이 왔어. 곧 구불구불한 도랑들이 물줄기를 따라 자라는 나무들로 가득 찼어. 도랑에서 시작된 나무들은 언덕 위로 퍼져나가며 빽빽한 숲을 이뤘지. 산림 지대가 점점 더 높아지면서 나무들은 차갑고 습한 땅을 피해 다시 높은 곳에 모여 자라다가, 마침내 완전히 사라지고 창백한 초록빛의 고산 목초지로 바뀌었어. 나는 자전거를 내던지고 그림자를 찾아 풀이 무성한 숲 속으로 조금 더 들어갔어. 그곳 저지대, 물줄기가 흘러내려오는 곳에는 더글러스 전나무와 황송이 자라고 있었어. 나는 외로운 황송이 서 있는 작은 언덕으로 올라갔어. 귀한 물을 아끼려고 그 황송의 긴 잎들은 드문드문 모여 있었는데, 그래서 이곳의 나무 중 가장 가뭄에 강하다고 여겨진대. 이 나무는 특히 위태로워 보였어. 깊이 뿌리내린 풀들조차 시들고 쪼그라들어서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었거든. 나는 물병을 기울여 마지막 남은 몇 방울을 그 소나무에 부어주고는 내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나왔어. 지금 이 상황에서는 오직 뿌리만이 저 나무를 살릴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얕게 파인 골짜기에는 오래된 더글러스 전나무 무리가 있었는데, 나는 그쪽으로 향했어. 말뚝버섯들이 갈색 포자 구름을 내 얼굴에 뿜어댔고, 메뚜기들이 째깍째깍 울었어. 예전에 켈리랑 같이 이 버섯들을 따서 수프를 끓여 먹었었는데. 나는 줄기에서 버섯실이 흐르는 버섯 하나를 주웠어. 이걸 켈리한테 선물해야겠다 싶었지. 내가 들판에서 이 버섯을 찾았다는 걸 알면 켈리가 분명 좋아할 거야. 어린 시절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놀이 중 하나가 바로 채집이었으니까! 오래된 전나무들의 갓은 드리운 그림자로 빽빽했어. 그 나무들은 빽빽한 솔잎 때문에 물이 많이 필요해서 낮은 지대를 선호했거든. 황송의 성긴 솔잎과는 대조적이지. 덕분에 자랄 수 있는 영역은 한정되었지만, 소나무들보다 더 높이 자라고 더 빽빽한 군락을 이룰 수 있었지. 하지만 더글러스 전나무든 황송이든 가문비나무나 아고산 지대의 전나무보다 훨씬 더 물을 효율적으로 절약했고, 그게 가뭄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되었대. 이 나무들은 아침에 이슬이 풍부할 때 단 몇 시간 동안만 기공을 열어. 이른 시간에 나무들은 열린 구멍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설탕을 만들면서, 뿌리에서 올라온 물을 증산 작용으로 내보내지. 정오쯤에는 기공을 닫고 광합성도 증산 작용도 멈춰버려.
나는 오래된 더글러스 전나무의 넓게 펼쳐진 갓 아래에 앉아서 사과를 먹고 있었어. 그 옆의 새싹들은 땅이 시원하고 축축하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지. 갈색의 주름진 나무껍질은 열을 흡수해서 나무를 불로부터 보호해 줘. 두꺼운 껍질은 그 아래에 있는 체관 조직에서 물이 손실되는 걸 막아줘. 체관은 광합성으로 얻은 설탕과 물을 긴 관 모양의 세포들을 통해 솔잎에서 뿌리까지 운반하는데, 이게 두께가 2센티미터 정도 되는 고리 모양으로 형성돼 있어. 황송의 주황색 껍질도 대략 20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 산불로부터 우산 모양의 이 나무들을 보호해 준대.
이 씨앗들은 물이 거의 없는 곳에서도 씩씩하게 자라는데, 내가 서쪽에 있는 해안 산맥에서 키운 내 식물들은 물이 충분한데도 죽어가다니! 헐~ 이게 무슨 일이지?
어떤 식물의 씨앗 머리에 달린 작은 털들이 내 맨다리를 간지럽혔어. 나는 내 앉은키만 한 개미집에서 기어 나오는 개미 한 마리를 지켜보고 있었지. 개미집은 수천 마리의 일꾼들로 북적였고, 그들은 숲 바닥에 깔린 수백만 개의 더글러스 전나무 잎을 끌고 와 쌓고 있었어. 개미들은 다리와 배설물로 갈색 부패 곰팡이 포자도 집으로 가져왔어. 그러면서 나뭇잎의 감염과 분해를 촉진시키고, 그 나뭇잎들은 지붕처럼 쌓여 안정화되었지. 또한 그들은 썩은 나무 그루터기와 쓰러진 나무들도 감염시켜서 분해를 도왔어. 여름 가뭄이 아니었더라면 분해되기는 어려웠을 텐데 말이야. 나는 메이플 호수에서 봤던 부생성(사물 기생성) 굴버섯을 떠올렸어. 매끄러운 크림색 갓을 가진 그 버섯들은 떨어진 잎들과 죽은 자작나무 줄기에 매달려 있었지. 병원성 뽕나무버섯에 의해 죽은 나무들. 굴버섯은 분해에 너무나 효율적으로 적응해서 딱정벌레를 죽여 소화시키며 단백질 요구량을 채운대. 버섯들은 그들의 서식지만큼이나 다양하고, 정말 만능 재주꾼들이야! 대박!
왠지 이 메마른 계곡의 골짜기와 낮은 지대에서는 더글러스 전나무와 황송 주변에 흩어진 묘목들이, 아직 뿌리줄기가 없는데도 너무나 건강해 보였어. 음, 정말 신기하네. 왜 그럴까?
어쩌면 오래된 나무들이 뿌리 접목을 통해 어린 나무들에게 물을 공급해 주는 걸까? 뿌리가 접목되면 여러 나무의 뿌리들이 하나의 뿌리로 연결되고, 피부 이식처럼 공통의 체관을 갖게 되잖아. 이제 출발해야겠어. 안 그러면 켈리가 출전하는 황소 로데오를 놓칠지도 몰라. 켈리는 이 종목을 가장 싸게 할 수 있어서 선호했거든. 켈리가 늘 돈이 없어서 그렇지.
나는 여전히 물의 미스터리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전거로 돌아갔어. 길 건너편에 매끄러운 흰 껍질을 가진 미루나무(사시나무) 무리가 눈에 띄었어. 그 나무들도 바위투성이 경사면으로 올라와 더 습한 낮은 지대에서 자랐어. 그들의 크고 납작하고 흔들리는 잎사귀는 분명 하루에 수십 리터의 물을 배출할 거야. 미국 사시나무는 한 식물에서 나온 여러 줄기가 공통의 뿌리 네트워크에 있는 지하 싹에서 자란다는 점에서 독특하대. 나는 미루나무의 어린싹들이 골짜기에서 물을 받아 공통 뿌리 시스템을 통해 산비탈 위로 물을 전달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어. 마치 소방관들이 불 끌 때 물을 전달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늘 아래에는 들장미가 자라고 있었는데, 활짝 열린 연분홍 꽃잎이 선명한 노란 수술을 드러내고 있었어. 켈리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야! 그늘에서 햇빛으로 보랏빛 비단 루피너스의 덩어리, 심장 모양 잎을 가진 황금색 아르니카, 그리고 분홍색 고양이 발톱 같은 꽃들이 튀어나왔어. 어쩌면 미루나무의 뿌리 시스템이 흙 속으로 어느 정도 물을 흘려보내는 걸까?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이 풍부한 식물 군집이 더 얕고 건조한 흙에서 살아남는 건지도 몰라. 하지만 오래된 미루나무에서 작은 꽃들에게 물이 증발하지 않고 어떻게 전달되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어.
나는 황송 옆에 멈춰 서서 이끼 낀 흙에 구덩이를 파고 먹던 사과 심을 묻었어. 단단한 점토 속에는 나무뿌리와 함께 잔뿌리가 여기저기 마디를 가진 채 땅속을 기어 다니는 풀뿌리들이 뒤엉켜 있었어. 딸기 덩굴처럼 말이야. 광물질 흙덩이들은 비록 말라있었지만, 흰색, 분홍색, 검은색 부채 모양의 버섯 균사들로 빽빽하게 박혀 있었어. 내가 어렸을 때 지그스가 알록달록한 뿌리와 흙 구덩이에 빠졌을 때 봤던 그 육즙 가득한 균사들보다 더 가늘었어. 이른 봄에 벌목지 아래의 아고산 지대 전나무 숲에서 봤던 두껍고 노란 카펫보다도 더 우아했지. 땅을 덮고 있던 이끼 층에서 바다 밑 산호와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분홍색 산호 버섯이 불쑥 솟아났어. 나는 섬세한 수직 가지들을 자세히 보기 위해 불과 몇 센티미터 높이의 작은 버섯나무를 떼어냈어. 분명 다른 종류의 버섯갓들 못지않게 효율적으로 포자를 만들고 있는 듯 보였어. 수백만 개의 포자가 코로 들어와 나는 재채기를 했어. 버섯 밑동에서는 분홍색 균사 섬유가 펄럭이고 있었지.
이 이상하게 생긴 산호 버섯의 실 같은 균사들은 대체 뭘까? 그리고 산호 버섯이 사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 걸까? 나는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사이에 그걸 문질러 봤는데, 거친 느낌이 들었어. 축축한 흙 알갱이들이 균사에 달라붙어 있었지. 아마도 이 실들은 지하의 미로 같은 구멍들에서 물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 걸지도 몰라. 이 기후에서는 땅속에 있는 어떤 물이라도 시멘트처럼 단단히 흙 입자에 달라붙어 있거든. 나무들이 낮은 지대와 골짜기에만 자라는 희박한 숲에서는 물이 분명히 그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장소를 제한하는 요소였지. 나는 이 작은 버섯들이 자신들뿐만 아니라 물을 필요로 하는 나무들이나, 어쩌면 나무들이 추위를 견디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겼어.
만약 내가 계곡 너머 언덕을 덮고 있는 그 숲들로 자전거를 타고 갔더라면, 릴루엣 산맥에서처럼 그곳에서도 그물버섯을 찾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물이 더 많은 곳에서는 이 분홍색, 노란색, 흰색 균사들이 나무들에게 수분이 아니라 영양분을 전달해 주는 것일지도 몰라. 나는 산호 버섯을 그물버섯 옆 주머니에 넣어두었어.
더욱더 혼란스러웠던 질문은, 진흙 흙에 부채처럼 퍼져 있는 수많은 비단 같은 균사들이 어떻게 큰 나무에서 뿌리가 깊지 않은 식물들로 물이 이동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어.
이 지하 거미줄 같은 균사들이 나무와 다른 식물들을 연결해서, 공동체 전체에 꼭 필요한 수분을 포착하는 역할을 하는 걸까?
말뚝버섯과 산호 버섯들도 여기에 연관되어 있을까? 어쩌면 전혀 관련이 없을 수도 있어. 왜냐하면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연적으로 서로 경쟁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니까. 내가 임업 학교에서 배운 것도 그랬고, 그래서 우리 벌목 회사도 일렬로 가지런히 심은 빨리 자라는 나무들을 선호했지. 하지만 이런 생각은 나무들과 다른 식물들이 서로 의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생태계에서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았어. 극도로 건조한 계절이 단 한 번만 와도, 나무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심한 가뭄이 닥치면, 나무들은 고통스러운 더위 속에서 죽어버릴 거야.
언제나처럼 나는 켈리의 경기가 이미 시작될 무렵이 되어서야 로건 레이크 경기장에 도착했어. 로데오 경기장은 마을 중심부에 있었는데, 마을은 창백하고 마른 전나무와 소나무 숲, 그리고 초원으로 덮인 낮고 빙하에 깎인 능선 위에 자리 잡고 있었어. 이곳에는 겨우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살았어. 소 사육자들, 벌목꾼들, 그리고 구리 광산 노동자들이었지. 수백만 년 동안 풍화된, 응축된 빙퇴석과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산들은 나에게 주변의 강인하고 성실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어. 태양은 먼지투성이 땅을 불태우고 있었고, 더위는 말과 황소의 냄새를 더욱 강하게 풍겼어. 그늘 아래의 개들은 물그릇에서 물을 게걸스럽게 마시고 있었고, 아이들은 연못 옆의 천막 아래에서 놀고 있었어. 카우보이들, 남자든 여자든, 아팔루사, 쿼터호스, 페인트호스 같은 멋진 말들을 마구간과 경기장 사이에서 이끌고 있었어. 나는 관중석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켈리의 갈색 펠트 카우보이모자를 찾으러 마구간을 둘러보는 동안, 황소 로데오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지.
더위에도 불구하고 카우보이들은 서부 스타일의 수 놓인 셔츠와 주름진 딱 붙는 청바지를 입고 한껏 멋을 냈어. 마치 엘리자베스 시대 귀족들처럼 우아했지. 나는 햇빛을 가리려고 야구모자를 눈까지 눌러썼고, 카우보이모자가 없는 걸 후회했어. 티셔츠와 반바지는 명백히 부족한 복장이었지. 이 산들은 지옥보다 더 더웠고, 맨살은 몇 분 안에 햇볕에 타버렸어. 그때 나는 켈리를 발견했어!
그는 황소를 가둬둔 울타리 위에 걸터앉아 있었어. 황소 몸보다 겨우 조금 넓은 울타리는 타원형 경기장 가장 먼 쪽에 있었고, 닫힌 문으로 경기장과 분리되어 있었지. 경기장에는 광대가 서 있었어. 켈리는 청바지와 가죽 차포를 입고 황소가 좀 진정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기다리는 동안 황소와 대화하며 씩 웃고 있더라. 선명한 파란 눈은 너무 집중해서 검은 눈썹 아래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낡은 가죽장갑은 원래도 큰 손을 더 커 보이게 만들었어. 나는 그의 가죽 벨트에 "켈리"라고 새겨져 있고, 그 위에는 쿠거들이 살던 나라에서 우리가 자랐다는 것을 상징하는 듯한 산사자 모양의 은색 수상 버클이 채워져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 그곳에서 부모님은 우리에게 캠프 치는 법, 정원을 가꾸는 법,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주셨어. 켈리의 말 미에코를 타기 위해 카누를 타고 목장으로 가는 법도 말이야. 그곳에서 우리는 함께 자연 속에서 우리의 자리와 의미를 배웠어. 나무 위에 요새를 짓고 전쟁놀이를 했지. 긴 밧줄에 매달려 그네를 타고, 메이플 호수의 시원한 비 속에서 흔들리는 뗏목을 탔어. 어린 시절 켈리는 미루나무들 사이에 고정된 파란 통 위에서 몇 시간이고 연습했어. 나와 로빈은 몸무게를 실어 밧줄에 매달렸고, 켈리는 상상 속의 박차로 걷어차는 황소처럼 통 위에서 탔었지. 켈리에게 배정된 건 '지옥의 단테'라는 이름의 가장 사나운 황소였어. 전광판에는 단테의 기록이 표시되어 있었지. 헉, 자기를 타려고 시도했던 카우보이 중 98%를 떨어뜨렸고, 회전, 발길질, 넘어뜨리기, 구르기 같은 기술 점수로 45%를 받았대! 황소에게 50점, 카우보이에게도 5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는 식이었는데, 카우보이가 얼마나 능숙하게 황소의 움직임에 맞서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거였어. 단테가 우리 벽에 몸을 부딪치며 날뛰는 동안, 켈리는 울타리 위에 앉아서 기다렸어. 관중석의 카우보이들은 쉰 목소리로 소리쳤고. 광대는 문을 활짝 열 준비를 하며 춤을 추고 있었지. 켈리는 고개를 들어 관중석을 둘러봤어. 단테를 선택한 건 양날의 칼과 같았어. 고통스러운 8초가 지나기 전에 황소 등에서 떨어지면 점수는 0점이지만, 버티는 데 성공하면 기술에 더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
단테의 가죽에서는 거품 섞인 침이 흘러내리고 있었어. 우리에 갇힌 상황이 굴욕적이라는 듯, 군중의 열기가 그 분노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 같았지. 나는 켈리의 아랫입술 아래 흉터를 떠올렸어. 늘 껌을 질경이던 습관 때문에 입술이 늘어져 생긴 상처 말이야. 켈리는 11살 때 그 흉터가 생겼어. 내 새 속도계가 얼마나 나오는지 보려고 자전거 경주를 하다가 주차된 트럭에 부딪히는 바람에 그랬지.
켈리가 관중석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었어. '걱정 마. 나 잘할 거야.'
나는 불안한 마음에 손가락 사이에서 산호 버섯을 만지작거렸어.
황소가 발길질을 하고, 사회자는 마이크에 대고 속삭이듯 말을 이어갔어. 켈리를 '떠오르는 별'이라고 소개하는 순간, 나는 벅찬 자부심에 얼어붙었지. 켈리는 이미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작은 마을들, 쳇윈드, 퀴넬, 클린턴에서 공연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거든. 상금은 돈이었어. 대부분의 카우보이들에게 돈은 항상 부족했지. 이 평범한 동네에서는 우승 상금이 500달러였어. 켈리는 광대와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황소가 우리 벽을 마구 들이받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듯 귀를 막는 흉내를 냈어. 얼굴을 흰색으로 칠하고 입술을 빨갛게 강조한 광대는 노란 체크무늬 카우보이 셔츠에 헐렁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어.
"어이, 광대!" 사회자가 확성기를 통해 외쳤어.
광대가 수레바퀴 묘기를 보여줬어.
"왜요?" 그가 소리쳤지.
"카우보이가 음식 준비하는 곳이 어디게?"
광대는 훈련된 눈으로 우리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어깨를 으쓱했어.
"목초지요."
광대가 크게 고통스러워하는 시늉을 하며 바닥에 쓰러지자 군중은 폭소를 터뜨렸어. 켈리는 우리 가장자리에 준비 자세로 앉아 있었지. 황소는 조금씩 진정되고 있었어.
"어이, 광대, 다리 세 개 달린 개에 대한 이야기 들어봤어? 살롱에 들어가더니 바텐더한테 말했대."
광대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고개를 가로저었어. 개는 말을 못 하니까.
"'내 다리에 총을 쏜 사람을 찾고 있어.'"
광대가 손등으로 자신의 머리를 치자 군중은 고함을 지르다가 이내 잠잠해졌어.
나는 몇 줄 앞에 앉아 켈리에게 집중하는 엄마의 오빠, 웨인 삼촌을 발견했어. 마치 말없이 조언이라도 해주는 듯했지. 켈리는 웨인 삼촌의 후계자였고, 웨인 삼촌은 켈리의 우상이었거든. 퍼거슨 가문은 천부적인 카우보이 집안이었어. 초원에서 말을 타고 가다 죽는 한이 있어도, 안락의자에 앉아 책이나 읽다 죽진 않을 강인한 남자들이었지. 나는 그런 반항적인 기질은 아니었지만, 황소 로데오가 켈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았어. 그게 내 피 속에 나무가 흐르는 것처럼 켈리의 피 속에는 로데오가 흐르고 있었지.
단테가 갑자기 자신의 상황을 깨닫고 멈칫했어.
켈리는 모자를 살짝 들어 올려 우리 반대편 울타리에 앉아 있던 심판에게 인사했어. 황소의 앞부분을 감싸는 엮은 밧줄을 오른 손목에 단단히 감고 단테 위에 올라탔어. 그의 장갑 소매에서 내려온 생가죽 줄무늬는 강한 손과 황소의 힘을 배경으로 섬세하게 보였어. 켈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심판은 두꺼운 옆구리 끈을 당겨 황소의 사타구니를 조였어.
광대가 문을 활짝 열었고, 황소는 포효하며 밖으로 뛰쳐나왔어. 발길질을 하고, 몸을 뒤틀고, 회전하며 난리도 아니었지. 군중은 일제히 일어나 소리를 질렀어. 경기장이 흔들렸고, 내 남동생이 모두를 흥분시킨 거야. 옆구리 끈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어. 황소의 몸을 파고들어 동물로 하여금 뒷발을 미친 듯이 차게 만들었지. 내 뒤에 있던 키다리 카우보이 한 명이 소리쳤어.
"달려, 이 개자식아!"
켈리는 오른손으로 밧줄을 잡고 왼손을 위로 던졌어. 나는 내 걱정들을 잊어버렸어. 단테는 빙빙 돌며 땅에서 발을 떼었고, 켈리는 동물의 난폭한 움직임에 놀라운 정확성으로 반응하며 매달려 있었어. 황소가 경기장 가장자리로 아주 가까이 돌진했어. 하마터면 울타리를 뚫고 나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 켈리의 박차가 황소의 가죽을 스치자 황소는 포효했어. 심판이 단테를 자극한 켈리에게 추가 점수를 줄 거라는 걸 내 상식으로도 알 수 있었어. 켈리의 목에는 핏줄이 솟아올랐어. 광대는 황소를 경기장 중앙으로 유인하기 위해 빨간 천을 흔들었지.
8초에 가까워지자 나는 하늘을 향해 주먹을 쥐고 목이 아플 때까지 소리 질렀어. 하지만 관중의 날카로운 비명 때문에 유발될지도 모르는 예상치 못한 점프 한 번에 켈리가 뼈 부러진 자루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동시에 깨달았어.
나는 시선을 돌렸지만, 기어코 동생을 떨어뜨린 사나운 황소를 다시 바라봤어. 켈리는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고, 높은 아치를 그리며 날아간 뒤 섬뜩한 둔탁한 소리와 함께 어깨로 착지했어. 머리에서 피가 싹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어. 하마터면 동생이 황소 길에 깔릴 뻔했어. 군중은 아! 하는 탄식과 함께 자리에 앉았지. 시계는 7초를 가리키고 있었어. 웨인 삼촌이 외쳤어.
"맙소사!"